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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07】밝은이의 십자가
어느 주일 오후에 아빠 책방에 놀러 온 밝은이가 아빠의 기도자리에 앉아서 십자가를 바라보며 머라머라 기도를 합니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후부터 아침에 나가서 오후 5시에 돌아오기 때문에 아빠 책방에 놀러오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아빠! 이 십자가 아빠 십자가에요?"
"음~" 워드작업을 계속하면서 건성으로 대답합니다. 밝은이가 가위로 뭔가를 슥삭슥삭 오리더니 아빠 십자가 아래 딱 붙여놓고 말합니다.
"아빠, 이 십자가는 밝은이를 지켜주시는 밝은이 십자가에요. 떼면 안돼요. 꼭이요"
"알았어. 안 뗄게"
벌써 한 참 전 일인데, 저는 밝은이의 십자가를 볼 때마다 밝은이를 위해서 기도하게 됩니다.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샀던 야곱처럼 영악한 밝은이. 아빠 십자가 아래 자기 십자가를 딱 붙여 놓았으니... 기도할 때마다 눈에 띄는데 밝은이를 위해서 기도를 안 할 수가 없네요.^^ 2004.2.15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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