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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09】농구공 단상
누군가 가지고 놀았던 농구공 하나가 운동장 가에 떨어져 있습니다.
터진 것도 아니고, 바람이 빠진 것도 아니고, 오래 써서 닳은 것도 아닙니다.
비 오면 비 맞고 눈오면 눈모자 쓰고 오랫동안 그렇게 있습니다.
누군가 주워 툴툴 털면 언제든지 다시 쓸 수 있는 농구공입니다.
버린 것도 아니고 버리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이런걸 '방치'라고 하지요.
가끔은 내 인생이 누군가에 의해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설마 나를 방치하신 분이 하나님은 아니시겠지요?
2004.2.17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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