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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12】미나리꽝
집 앞 묵은 논에서 동네 할머니 한 분이 갈퀴로 검불을 걷어내고 있었습니다.
"뭐하세요?"
"미나리꽝 만들어요."
뭐, 미나리꽝을 만든다고 해서 특별히 더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갈퀴로 묵은 논위의 검불을 긁어내면 검불 아래 숨었던 자연산 미나리 싹이 파릇하게 드러납니다.
나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쪽 논의 검불을 걷어내고 조그맣게 미나리꽝을 만들었습니다. 미나리꽝은 적당히 물이 고여있으면서 흘러야 잘 되는데 작년에는 밭 한쪽에 미나리꽝을 만들었다가 생각만큼 물이 흐르지 않아서 실패를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묵은 논을 조금 잡은 것입니다.
자연산 미나리는 몇 년묵은 논에서 저절로 자랍니다. 약간 드세기는 하지만 향도 진하고 맛도 고소합니다. 누가 일부러 심은 것이 아니기에 대충 막대기 꽂고 "여기는 우리가 관리해요" 하면 그냥 우리 것이 됩니다. ^^ 2004.2.20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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