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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14】알 수 없는 설레임
오래 전 내 몸 안에서 이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던 시절 하늘색 투피스에 밝고 명랑하게 웃으며 긴 머리를 찰랑거리던 한 여인이 멀리서 나타나면 뭔지 모를 설레임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곤 하였습니다.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고, 알 수 없는 희망이 막 솟구칠 때 평생 내야될 용기를 한 순간에 다 내어 그녀를 꼬시는데 성공해서 지금 같이 삽니다.
움츠렸던 겨울이 가고 슬슬 봄기운이 도는 이즈음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고, 알 수 없는 희망이 막 솟구치며 마음이 설레입니다.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봄이 시작되면 땅바닥만 들여다보고 다니고, 어디선가 개구리 울음 소리라도 들리면 너무나 반가워 "벌써, 개구리가 나왔어!" 하고 호들갑을 떱니다.
이게 뭘까요? 정말 하늘을 날 만큼 신나고 기쁘고 좋은 일을 앞둔 것 같은 이 설레임은...
봄바람인가? 그럼 내가 지금 바람났다는 얘긴데... 2004.2.23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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