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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16】불량인주
도장찍을 일이 별로 많지 않아서 인주를 하나 사면 10년은 쓰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쓰던 인주가 너무 오래되어 바짝 말라 쓸 때마다 신나를 부어 잘박잘박하게 만들어 썼는데, 이제 그것도 더 쓸 수 없게 되어 문방구에 간 김에 하나 사 왔습니다.
그런데 인주에 도장을 콕콕 묻혀서 종이에 찍으면 마치 기름에 물을 묻힌 듯 잘 안 찍히는 것이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러나? 히타에 녹여도 역시나 희미하게 찍히거나, 도장이 부서지도록 있는 힘을 다하여 눌러도 망사자국처럼 찍혔습니다.
웬만하면 그냥 쓰겠는데, 선명하게 찍혀야될 도장이 어리버리하게 찍히니 별로 기분도 안 좋고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계속 쓰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도장 찍을 때마다 인주를 만든 회사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가지질 것 같아서 대전시내 나갔을 때 바로 다른 인주를 사 왔습니다.
새로 사 온 인주는 깨끗하게 잘 찍혀 맘에 듭니다. (사진의 왼쪽에 있는 인주가 불량인주입니다.) 2004.2.25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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