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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22】배꼽까지
어제는 밤새 내린 눈보다 하루종일 쉬지 않고 내린 눈의 양이 더 많아서 개 지붕 높이만큼 쌓였습니다. 겨우 사람 다닐 길만 뚫어놓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창밖으로 봅니다.
아침에 세현이네 트럭을 타고 학교에 갔던 좋은이는 거의 8시간을 도로위에서 보내다가 결국 길이 막혀 들어오지 못하고 용전동에 사는 세현이네 친척집으로 갔습니다. 오늘밤 거기서 자고 내일은 휴교령이 내려 학교에 안가니 오후쯤 날씨가 풀리고 길이 뚫리면 그때 들어와야지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밝은이가 눈위에서 딩굴며 놉니다. 눈이오면 강아지와 아이들만 좋아한다는 말이 맞습니다. 눈이 밝은이의 배꼽까지 쌓였습니다. 오후에 엄마와 함께 정류장까지 그 눈길을 뚫고 올라갔습니다. 평소에 1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한시간도 넘게 걸려서 히말라야 정상을 향해 등산을 하듯 그렇게 한발 한발 올라갔습니다.
아마도 밝은이는 평생토록 자기 배꼽까지 쌓인 눈길을 뚫고 걸었던 추억을 먹고살겠지요? 어른이 되어서 키가 쑥 자라도 "배꼽까지 눈이 쌓였었다"고 말할 것입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의 수다도 역시나 어렸을 때 정강이까지, 가슴까지 눈이 쌓였었다고 ^^ 굉장히 눈이 많이 내렸었던 것처럼 말하네요.
어짜치 사람들은 자기가 주인공이니까요. 2004.3.5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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