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느릿느릿 123】그녀를 믿지 마세요.
최근에 영화 두 편을 보았습니다.
웬만한 사람들 다 봤다는 '태극기 휘날리며' - 다 보고나서 너무 머리가 아파 극장 앞 약국에서 게보린을 사 먹었습니다. 그래도 두통이 가라앉지 않아 두 알을 더 입 안에 털어 넣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데도 무리를 해서 영화를 봤으니 뭐 머리 아픈거야 당연하지요.
전쟁영화나 깡패영화는 그 영화의 밑바탕에 날카롭고 영혼을 죽이는 무거운 기운이 흐릅니다. 그런 영화를 보고 나면 영혼이 많이 손상됩니다.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나 욕설, 피, 어둔 뒷골목... 이런 화면은 비록 실제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그 영화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답답한 일이 있어 기분전환하러 나왔다가 극장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마침 소문이 자자했던 영화라서 보았지만, 오히려 영화의 후유증으로 한참동안이나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날 또 극장 앞을 지나다가 극장 전용 주차장에 빈자리가 하나 있어 차를 주차시켰습니다. 그리고 마침 시간 여유가 있어 극장 간판을 기웃거리다가 '그녀를 믿지 마세요'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8편의 영화중 그래도 가장 건전한(?) 영화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인기가 없었는지 이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는 맨 밑 지하2층 구석에 있는 가장 작은 스크린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영화가 참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를 보고나서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가 무겁지 않고 발랄하면서 진지하고 순수했습니다. 기분이 유쾌해졌습니다. 사람들 마음 속에는 누구에게나 진실해지고 싶고 착해지고 싶고 선량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험한 세상일수록 이런 순수함은 더욱 빛을 발하지요. 여자 주인공의 신분이 사기죄로 수감되었다가 '가석방'된 사람이지만, 오히려 그 사실이 역설적으로 더욱 주인공의 '순수함'을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자 주인공 김하늘)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본지가 한참 된 것 같아 며칠후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아내를 데리고 나와서 '그녀를 믿지 마세요' 를 보았습니다.^^ 우헤헤... 한 영화를 두 번 보다니... 그러나 이 영화는 두 번 봐도 아깝지 않은 영화입니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보려면 차라리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보세요. 그녀를 한번 믿어 보세요. ^^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2003.3.6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