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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플레시 사용. 오른쪽은 안사용 (사진:최용우)
【느릿느릿 134】대통령 할아버지 구하기
"아빠. 그런데요. 나쁜 사람들이 대통령 할아버지를 잡아 갔대요"
"에~엑? ... 누... 누가 그래?"
"학교에서 친구들이 그랬어요."
아침에 차 타는 곳까지 아이들을 바래다 주는데 좋은이(초등3)가 뜬금 없이 대통령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들에게 잡혀갔다고 한다. 차가 금방 와서 내가 뭐라 말 할 기회가 없었다.
하루종일 딸아이의 말이 머리 속에 빙빙 돌아다녔다. 어떻게든 무슨 설명을 해주고 싶은데 좋은이를 이해시킬만한 뾰쪽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참에 촛불집회에 한번 데리고 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오후에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학교 끝나고 나오는 좋은이와 함께 온 가족이 점심을 먹고 시내 기독교서점에 갔다. 아이들과 함께 기독교서점에 들러 각자 1권씩 보고 싶은 책을 골랐다. 밝은이(유치원)는 눈에 보이는 책마다 다 사고싶은지 들었다 놨다 하며 마음이 100번도 더 바뀐다. 좋은이는 일찌감치 성경만화시리이즈 2편을 골랐다. 지난번에 왔을 때 1편을 샀고 앞으로 6권까지 다 살거라고 한다. 아내는 '꿈'에 관한 책을, 나는 엄두섭 목사님의 책을 한 권 골랐다.
동방마트에 가서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6시 정각에 대전역 앞으로 갔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 할아버지를 구하러 가는거야"
대전역 앞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좋은이와 밝은이 또래의 아이들도 많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과 노래와 춤과 어울림... 너무 재미있다. 아이들도 소풍나온 것 마냥 즐거워 한다. 그렇게 9시까지 즐겁게 놀다가 집이 멀기 때문에 중간에 일어났다. 피곤했던지 아이들은 차를 타자마자 곯아 떨어져 버린다.
80년대의 모임은 지금처럼 웃고 떠들면서 즐기는 모임이 아니었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최루탄 자욱한 연기속을 달렸었다. 그렇게 피흘려 얻은 민주주의인데, 하루 아침에 강탈당하는 모습을 보니, 덜컥 겁이 난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당연히 쫓겨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탄핵안은 아니다. 지금 우리는 노무현이라는 개인을 구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우리 대통령을 구하려는 것이다.
나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 정치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사람들이 저지른 사건이라기 보다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에 자욱하게 낀 어둠의 영들이 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고 사리판단을 흐리게 하여 순간적으로 저지르게 한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본다.
우리가 대통령의 권위를 회복시켜야 하는 이유는 왕의 권위는 하늘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사람이 깨뜨릴 수는 없다. 왕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서운 일이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나라치고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라는 정정당당하게 주어진 룰(규칙)에 따라 바뀌어야지 지금처럼 권력찬탈은 안된다.
더욱 나라를 위해서 기도하여야 한다. 공평과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도록 기도하여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사리 판단을 하게 될 때, 2004년 3월 그 역사의 현장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촛불 하나 밝혀 대통령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켰던 기억이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추억으로 떠올랐으면 좋겠다. 2004.3.20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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