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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43】우리 아버지는
어느 시인의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었던 생각이 납니다.
"우리 아버지는 우리를 밭에서 키웠어요.
어릴 때 우리들은 주로 밭에서 놀고 밭에서 밥먹고 똥도 밭에서 눴어요.
우리 아버지는 밭에서 보리만 키우신게 아니라 우리도 밭에서 키우셨어요"
저도 어렸을 때 뒤는 산과 딱 붙어 있고 앞마당은 밭과 붙어있는 집에서 자랐습니다. 비만 오면 산이 무너져 내릴까 걱정하였고, 내 키보다 훨씬 큰 옥수수 대 사이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자랐었습니다.
저의 글에 산, 풀, 꽃, 나무, 흙, 햇볕, 이슬 이런 단어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어렸을 때 그런 것들 속에서 자랐기 때문 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설픈 시골생활(?) 햇수로 4년째입니다. 아내는 틈만나면 이곳을 탈출할 생각으로 가득하고 때때로 그것이 폭팔하기도 합니다.
우리집에 놀러온 어느 사모님이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해 준 기억이 납니다.
"사모님! 지금 환경을 누려요. 누리세요. 우리식구들은 좋은이네 간다고 하면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해요. 우리 주영이는 좋은이네가 다른 데로 이사가면 우리가 그 집으로 얼른 들어가자고 한 적도 있어요"
지금 밖에는 목련, 진달래, 개나리, 명자, 매화, 산수유 같은 나무에서 피는 관목꽃들이 한창입니다. 곧이어 새싹이 나서 꽃이 피는 민들레, 꽃잔디, 상사화, 제비꽃 뭐 이런 땅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바라봐야 하는 꽃들이 가득 필 것입니다. 아! 그리고 한 2-3일 후부터는 벚꽃이 피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가는 15키로미터의 길 양쪽에 마치 터널처럼 벚꽃이 가득 피면 보기만 하여도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 큰 다음에 이런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우리를 벚꽃 가득한 곳에서 키웠어요.
아침저녁으로 벚꽃 가득한 길을 달려 학교에 오고 가고, 어느 날은 산불이 나는 것도 보고(어제 절박골에서 산불이 났었다고 합니다.)그렇게 키우셨어요"
2004.4.2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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