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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사진:최용우
【느릿느릿 184】돈이 땅을 버린다.
이곳으로 이사 온 첫해부터 집 옆에 계단처럼 생긴 다랭이 논에 아무것도 심지 않고 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논 주인이 너무 나이가 들어 힘들어서 농사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분이 빌려서 농사를 지으려 해도 소작료를 너무 많이 달라고 하는 바람에 포기했다고 합니다.
3년정도 모내기를 하지 않고 묵히니 지금은 논에 풀이 가득하고 군데군데 나무가 나기 시작하여 다시 농사를 지으려면 꽤 고생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메뚜기같은 여러 가지 곤충들이 많이 생기고 그걸 잡아먹는 새들이 많이 날아와 좋기는 한데, 논 끝자락에 붙어있는 우리집이 덕분에 풀에 둘러 쌓여버렸습니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모가 심겨진 논 끝에 집이 있었더라면 그래도 좀 낫겠는데 자연적으로 우거진 풀밭 끝에 집이 있으니 그렇쟎아도 외딴집이 더욱 외로워 보입니다. 그래서 "저 논 우리가 빌려 농사를 지을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부터 포크레인 한 대가 와서 시끄럽게 논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뭔일인가 나가봤더니, 그 논의 주인되시는 할아버지도 와 있었습니다.
군에서 해년 마다 땅값을 조사하는데 논에 농사를 안 짓고 묵히니 논값을 상당히 떨어뜨린 모양입니다. 그래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형식적으로 열 두 다랭이 중 두 다랭이만 모를 심을 거라 합니다.
정말 돈이 땅을 버리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네요. 2004.6.1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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