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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탔던 엘란트라 (사진 최용우)
【느릿느릿 189】일상기도
기도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 인가?
입으로 소리를 내서 하는 배기도는 무척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기도이기 때문에 보통 한시간 정도 하면 다섯 시간 노동을 한 만큼의 힘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기도하라고 하면 무척 고통스럽고 힘든 일을 시킨다는 생각이 드나 봅니다.
교회에서 많이 하는 통성기도도 배기도에 해당하는데, 아마도 통성기도나 방언을 하는 모습을 한번도 본 일이 없는 사람이 처음 이 광경을 본다면 "저 사람들이 단체로 술먹고 취해서 술주정을 하나?" 하면서 깜짝 놀라 나자빠질게 뻔합니다. 그리고 기도라는 것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인식을 하겠죠?
그러나 배기도의 과정을 거치면 그 다음에는 그렇게 힘들이지 않아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따뜻하고 포근한 기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기도가 처음엔 '소리'이지만 점점 '향기'가 되고 '의미'가 되고 '느낌'이 됩니다. '사랑'이 되고 '행복'이 되고 연인과 속삭이는 사랑의 밀어가 됩니다.
우리 가정에 요즘 차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마침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차가 필요하다는 기도를 눈 앞에 지나가는 차마다 축복을 하면서 이렇게 합니다.
"아버지, 저기 오는 차와 탄 사람들을 축복합니다. 저도 저런 차가 필요합니다. 아버지, 저기 가는 차와 운전수가 안전운전하기를 기도합니다. 제게도 안전한 차를 주십시오. 아버지, 저기 서있는 차는 참 예쁘네요. 저도 저런 차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앗! 아버지 갑자기 차 다섯 대가 한 줄로 오네요. 저 차를 위해서... 저 차를 위해서... 저 차를 위해서... 애구 바쁘네요..." 그렇게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나직하게 말하듯이 소리를 내기도 하고 그냥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하고...
일상 속에서 그저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기도하는 시간은 파란 하늘만큼이나 마음이 가볍고 시원하고 행복해요. 알고보면 기도는 하나도 힘 안 들어요! 2004.6.22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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