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으로 쓱쓱 그려 만든 달력
【느릿느릿 243】달력과 시계
연초에 보름이나 늦게 어느 분이 달력을 보내 주셔서 벽에 걸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문득 보면 달력이 제때 넘어가지 못하고 한두달 전 달력이 그대로 있기 일수였습니다.
뭐, 별로 달력 볼 일도 없거니와, 컴퓨터 아랫부분에 날자와 시간이 표시되니 습관적으로 그것을 보게 되고 일부러 달력을 쳐다보지는 않습니다.
넘겨지지 않는 달력을 다른 사람이 보면 나의 게으름이 탄로 날까봐 서둘러 내려서 뒷면에 장난을 쳐봅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손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헤헤 그럴 듯 하네요.
달력뿐만이 아니네요. 제 몸에서 오래 전에 시계도 사라져버렸습니다. 마치 시한폭탄이 장치된 수갑을 차고 있는 것 같아서요. 전화에도, 차에도, 어디든 맘만 먹으면 시계를 찾기는 쉬운 일이기 때문에요.
지금도 시골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달력을 보고 농사를 짓지는 않아요. 철을 따라 씨를 뿌려야 할 때를 알기 때문에 달력이 필요 없지요. 철을 안다는 것은 철이 들었다는 뜻이고, 그 철은 달력만 들여다 봐 가지고는 모릅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달력이나 시계가 언제까지 지구상에 남아 있을지 궁금합니다. 2004.10.10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