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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민신문4> 수필마당 원고
돌멩이 하나에서부터 시작된 기적 - 빨레 이데알과 축령산
1897년 프랑스 시골의 한 우체부가 편지를 배달하다가 뾰쪽하게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곧 일어나 먼지를 털다가 풀섶에서 반짝이는 돌멩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주워보니 그냥 평범한 돌멩이였지만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이 우체부는 그때부터 마음에 드는 돌을 발견하면, 편지를 배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편 배낭에 넣어 가지고 왔습니다. 그렇게 주워 모은 돌이 많아지자 이번에는 돌에 조각을 해 보니 더욱 근사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이 우체부의 마음속에는 모은 돌로 아름다운 성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는 겨우 글만 깨우쳐서 편지를 배달하는 사람에 불과했지만, 성을 지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다음에는 그 결심을 이루기 위해서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건축, 설계, 조각에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구해 읽으며 한편으로 더욱 많은 돌을 주워 모았습니다. 몇 년 후 우체부 일도 접은 채 본격적으로 성을 만드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모아진 돌을 쪼개고 다듬어서 기둥을 만들고 벽과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혼자서 성을 설계하고 돌을 날랐으며 벽을 쌓았습니다. 성곽의 높이가 점점 높아질수록 그는 더욱 외로웠습니다. 얼마 후에는 아내와 아이를 잃었고, 주위 사람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해대며 수군댔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 페르디낭 슈발은 깊어 가는 외로움을 견디고 그의 나이 70세가 되던 해 기어코 성을 완성시키고야 말았습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졌다고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한 성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지금도 프랑스 오뜨리브 지방에 지금부터 100년 전에 돌맹이 하나로부터 시작하여 만들어진 '빨레 이데알(palais ideal)'이라 부르는 '이상의 성' 이 기적처럼 서 있어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지난여름에 가족들과 함께 축령산에 다녀왔습니다. 차를 천천히 운전하여 꼬불꼬불 길을 막 내려서는 순간 눈앞에 육중한 편백나무와 삼나무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장관을 보며 와~ 와~ 저 나무들 좀 봐라.. 이야~ 감탄사가 끊어지질 않았고,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일제의 벌목과 6.25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축령산 자락에 56년부터 76년까지 78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던 한 사람, 임종국. 자신의 땅도 아닌 국유지에 나무를 심고는 가뭄에 물지게를 지고 그 많은 나무에 일일이 물을 주어 길러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빚더미에 몰려 나무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갔고, 그는 87년 손바닥만한 월세방에서 쓸쓸하게 세상을 뜨고 말았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빨레 이데알과 한국의 축령산은 한 사람이 얼마나 큰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페르디낭과 임종국은 아마도 저 하늘에 나란히 서서 자신들이 이룩해 놓은 성과 숲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수필가 월간<들꽃편지>발행인 http://cyw.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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