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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녹아버린 미달이 봉숭아 (사진 최용우)
【느릿느릿 269】미달이
지난 여름 내내 붉은 빛 봉숭아꽃이 마당 가득 피었습니다.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 마다 손톱에 물들인다고 한주먹씩 꽃을 따가기도 했습니다.
그 봉숭아는 꽃이 져서 오래전에 줄기를 잘라 버렸는데
어느날 보니 봉숭아가 피었던 자리에 씨앗이 떨어져 싹이 났습니다.
제법 한뼘씩 자라던 봉숭아싹을 동네 아주머니가 지나가며 보고는
"때를 모르는 미달이"라고 하더군요.
"야.. 봉숭아 꽃을 잘하면 일년에 두번씩이나 보겠네" 했는데
서리 한번 내리니 봉숭아 싹이 하루아침에 모두 녹아버렸습니다.
아무리 씨앗이라고 해도 싹을 틔울 때가 있는 법입니다.
때를 모르고 아무때나 싹을 틔웠다가는 '미달이'신세가 됩니다.
동네 아주머니가 '미달이 봉숭아'라고 하신 말 뜻을 알 것 같습니다. 200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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