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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277】좀 태워주지
요즘 계속 마음의 소리를 듣는 훈련을 하는 중입니다.
마음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와 느낌을 외면하지 않고 거기에 반응하는 훈련은 어디에나 편만하신 하나님을 알아채는데 매우 유익한 훈련입니다.
매일 아침 6:50분에 좋은이를 자가용에 태우고 동네 정류장까지 올라갑니다.
오늘 아침엔 조금 늦어서 서둘렀습니다. 그랬는데도 타야 될 버스가 눈앞에 막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부지런히 버스를 따라가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가 멈출 때 얼른 뛰어가서 버스를 타라고 좋은이를 내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그냥 출발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또 쫒아 갔습니다. 버스는 또 출발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다섯 정거장을 계속 반복하다보니 순식간에 머리에 열이 확 올랐습니다. 어쭈~ 이것 좀 봐라~ 당장에 버스를 추월하여 버스 앞에 차를 탁 대놓고 내려서 운전수에게
"사람 참 야박하네요. 지금 아침부터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딱 10초만 기다리면 되는데... 거 좀 태워주면 어디가 덧납니까?" 어쩌고 하면서 막 따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 엑셀레이터를 밟으려는 순간
"아빠! 저 버스 안 탈래요. 지각하더라도 다음 차 타고 갈께요"
찰라에 좋은이의 그 말이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얼른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내리고 차를 길가에 멈춰 세웠습니다. 버스는 눈앞에서 아득히 멀어져 갔습니다. 긴 호흡을 하면서 열을 가라앉히고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그래요. 마음속의 음성에 제가 반응을 했습니다. 순종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서로서로 기분이 나빠질 뻔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2004.12.13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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