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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입구에 있는 굴다리(사진 최용우)
【느릿느릿 294】죽은 듯
대전 나가다가 보니 굴다리식당 할머니가 버스를 타려고 굴다리 바로 위에 있는 정류장에 서 있기에 태워드렸습니다. 여기는 버스가 한시간에 한 대씩밖에 없지만 세천까지만 가면 시내버스가 5분마다 한 대씩 있어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차 안에서 할머니로부터 동네 소식을 듣습니다.
"며칠 전에 산수골 길모 할머니가 돌아 가셨다니깨. 영감 죽은지 얼마 안 되었는디 금방 따라가 버리네"
"어머, 그래요? 소식도 없이 갑자기 돌아가셨데요?"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바로 돌아가셔서 그냥 장례까지 그 병원에서 다 치루고 들어 왔디야. 사람들한테는 안 알리고 조용히 끝내부렸디야"
산수골 뒷산에 길모네 납골당이 있으니 화장을 해서 뼈가 담긴 항아리만 하나 달랑 들고 들어왔겠지요. 지금은 시골에서도 상여소리 들어보기 힘들고 누가 돌아가시면 집에서 장례를 치루지 않고 장례식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말 '죽은 듯' 조용히 가십니다. 2005.1.1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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