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전과 보은의 경계지점에 세워진 표시 (사진 최용우)
【느릿느릿 314】총소리
모처럼 오후에 잠시 시간을 내서 따뜻한 봄볕을 쬐며 호숫가 산책을 합니다.
"탕! 탕!"
아! 고요를 깨고 들려오는 총소리! 사냥꾼의 총소리입니다. 아닙니다, 사냥을 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아니고 순전히 '재미'로 사냥을 하는 사람들이니 그들은 사냥꾼이 아닙니다.
지난 겨울부터 주말만 되면 도시에서 총을 들고 사냥을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총소리와 함께 호숫가 갈대 숲에서 장끼 한 마리가 날아오릅니다.
사람의 귀에 들리는 소리의 파장 중에서 가장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소리가 총소리와 칼 부디치는 소리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생명을 해치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생존을 위해서 총을 사용하였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아니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을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재미'로 총을 사용합니다.
'재미'로 고요한 산골짜기 짐승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합니다.
도시 사람들의 '재미' 때문에 대대로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의 심장이 요동칩니다.
지난번 속리산 등산을 갔을 때 유난히 여기저기에 바위틈이 많더군요. 사람이 들어갈 만한 바위틈이 있기에 고개를 들이밀고 들여다 보려다가 말았습니다. 어쩌면 사람을 피해 바위틈에 숨어 있는 산짐승이 그 안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람이 오를 수 있도록 산을 내준것만 해도 고마운데 고놈들의 심장까지 펄덕거리게 해서는 안되지요.
대전과 보은의 경계지점에 '수렵구, 금렵구'라는 깃발이 세워져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총을 쏘면 안되고 보은에서만 총을 쏘라는 표시라니. 이런~ 뷁! (살짝 반대로 돌려놔 버릴까?) 저는 총소리는 무조건 싫습니다. 골짜기를 쩌렁쩌렁 울리는 총소리에 오금이 저립니다. 여보세요~ 총을 쏘고 싶으면 남의 동네에까지 와서 쏘지 말고 너네 동네에서 쏘세요. 네! 2005.2.11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