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느릿느릿 334】막 퍼오자구
오전에 잠깐 다녀가라는 장모님의 전화를 받고서 하던일 멈추고 즉시 처가집에 다녀 왔습니다.
장모님이 쌀 김치 고기 만두 상추 양념 막 싸 주십니다.
주시는대로 빠짐없이 다 받아서 차에 실었습니다.
장모님이나 어머님 모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기에 언제 마지막 부르심이 될지 모르는 일. 그래서 두 분이 부르시면 만사 제쳐 놓고 무조건 달려가기로 아내와 약속했습니다.
"이 다음에 좋은이 밝은이 시집간 뒤에 당신도 이렇게 불러서 막 퍼 줄꺼야?"
"당연하죠. 내 딸들인데..."
"만약 아이들이 안 받는다고 하면?"
"그러면 마음이 무척 섭섭할 것 같아요.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퍼 주는 재미로 사는데 그 재미를 빼앗는 것이 되니까. 전에는 안 받는 것이 부모님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자식을 낳아 길러보니, 주는 것을 안 받으면 '어허 요것들 좀 봐라~ 엄마가 주는데 안 받아?' 하고 오히려 섭섭한 마음이 들어..."
"철들었네"
"우리.. 장모님이나 어머님이 뭘 주시면 활짝 웃으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받자구... 안 주면 달라고 해서 받자구...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퍼주는 낙을 맘껏 누리도록 해 드리지구... 어짜피 우리도 나이 들면 그럴 거 아냐 ㅎㅎㅎ~" 2005.3.13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