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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353】아내와 고사리
"아, 정말이지 나에게도 아내가, 여자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 나에게도 긴 머리를 단정히 묶은 여자, 하얀 수건을 쓰고 햇빛 좋은 뚤방에 앉아 파를 다듬으며 재채기를 하는 여자가, 아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해가 저물고 달이 뜬 밤이면 손을 잡고 강가에 앉아 달빛에 죽고 사는 물결을 같이 보는 아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 김용택 <풍경일기> 중에서
표지가 예쁜 김용택 시인의 책을 읽다가 갑자기 마음이 찔렸다.
아침부터 아내가 고사리 꺾으러 앞산에 가자고 조르는 것을 괜히 싫다고 그랬나? 혼자가면 무섭다고 그냥 따라만 다녀달라는데 나는 "바뻐!" 그랬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게 소원인 그 아내가 나에게는 있는데, 있기만 해도 행복한 일인데 워째 내 입에서 "바뻐!" 소리가 나왔을고... 난... 간 큰 남자...
내일은 "그래" 하고 만사 제쳐놓고 함께 앞산에 고사리 꺾으러 가야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을 것 같다. 2005.4.29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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