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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한 텔레비전

시인일기09-11 최용우............... 조회 수 1582 추천 수 0 2010.12.22 1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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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581】퇴역한 텔레비전

 

결혼을 하고 나서 서로 너무 좋아 쪽쪽 뽑뽀를 하고 별 난리를 치던 허니문 기간이 지나니 이제 서로 본색이 드러난 겁니다. 사랑 엔돌핀이 멈추고 이제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지요.
암턴지간에 뭐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서로 약올리다가 어느 순간 제 머리 뚜껑이 열리고 '벌컥!' 화를 내면서 텔레비전이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보면 여자들은 정말 독해요. 텔레비전이 바닥에 떨어져 파파박 깨지는 그 무시무시한 효과음에도 꿈쩍을 안 하더라구요.
어쨌든 텔레비전 없이 몇 달 살았습니다. 그런데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가 올라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어머니 1981년도 칼라tv방송 시작하던 해 칼라텔레비전과 결혼하셔 평생 텔레비전과 동거동락 하셨으니 우리 어머니 서방님은 텔레비전입니다. 그래서 어머님 올라오시면 보시라고 비디오 플레이어가 붙어 있는 것으로 한 대 샀지요. 그게 12년 전이네요.
아이들 둘 키우고 나니 그 텔레비전이 골골대다 드디어 죽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즐겁게 해준 텔레비전 고마웠다. 덕분에 '주몽'도 보고 '1박2일도'보고 장경동 목사님 설교도 볼 수 있었지.
그동안 몇 번 수리를 해서 이제 더 수리를 하면 텔레비전 값보다 수리비가 더 나오는 텔레비전을 재활용 쓰레기 내놓는 날 버리려고 전원 빼고 테이프로 감아서 밖에 내놓았습니다.  ⓒ최용우 2010.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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