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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포토자료실
【느릿느릿 367】거미줄
아침에 일어나 뒤란으로 돌아가니 거미가 멋진 그물을 쳐 놓았습니다.
아침 이슬이 거미줄에 줄줄이 매달려 아침햇살에 영롱하게 빛이 납니다.
하지만 사람이 다니는 길을 가로막고 쳐 놓은 거미줄을 철거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미줄이 붙어있는 나무가지 한 곳을 툭! 건드리니 거미줄 전체가 흔들리며 주렁주렁 달려있던 수많은 이슬방울이 후두둑 다 떨어져 버립니다. 또 한 곳을 툭! 건드리니 거미줄 전체가 순식간에 망가져서 눈앞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단지 거미줄이 맨 처음 붙어있는 나뭇가지 두 곳만 건드렸을뿐인데요.
인터넷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그물 같은 세상이지요.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면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자료와 사진과 음악과 글이 널려져 있고 세련되고 화려한 사이트들이 많더군요. 거기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고 촌스러운 "햇볕같은이야기"가 곧 도태되어 사라지고 말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옮겨 심은 호박구덩이를 살펴보기 위해 뒤란에 돌아가다 만난 거미줄을 보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비록 산골짜기 외딴곳에서 퍼져나가는 보잘 것 없는 작은 외침이지만 그 외침이 속되지 않고 진실되다면 거미줄 어느 한곳을 건드려도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그렇게 인터넷세상을 뒤흔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2005.5.17ⓒ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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