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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캐는 우정장회관식당 할머니
【느릿느릿 370】주인 있어요.
시골의 산과 들판에 나무와 풀과 짐승들이 가득합니다.
가뭄에 물주는 사람 없어도, 홍수에 비바람 피할 그늘 막 쳐주는 사람 없어도
자연은 하나님이 물주고 햇볕 주고 바람 주고 비료 줘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옮겨 심은 호박에 물을 흠뻑 주려면 조루에 두 번은 퍼 날라야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하늘을 열고 비를 내려 주시면 금방 땅 깊은 곳까지 젖어듭니다. 그래서 온 세상은 하나님이 주인이십니다.
그런데, 논과 밭과 밭둑에 자라는 곡식은 사람들이 씨를 뿌리고 때를 따라 김을 매고 거름을 주어서 땀흘려 가꿉니다. 우리집 옆 빈 논에 가득한 미나리도 워낙 풀이 많아 마치 버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름을 뿌려주고 검불을 거두어내고 논둑의 풀을 베어내면서 가꿉니다.
요즘 도시에서 사람들이 나물을 뜯으러 많이 오는데, 시골에서 자라는 것은 다 주인이 없는 줄 압니다. 그래서 배낭 가득 마구 뜯어가고 따 가는데 참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그거 주인 있어요" 해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이왕 딴 것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냥 가지고 가버립니다.
시골의 농부들은 다음에 또 수확할 것을 생각하고 아직 어리거나 약한 것은 조심조심 다루는데, 우정장회관 할머니가 또 화를 내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인정사정 없이 막 밟고 다니며 싹 쓸어간 모양입니다. 다음에 다시 올 일 없으니 가릴 것 있나요...
시골 사람들 인심 좋고 순박하다고 안심하고 막 따가지 마세요. 시골 사람들의 직장은 논과 밭이고 때로는 논둑이나 산언덕에도 애써 가꾸는 나물이나 곡식이 있어요. 논밭에 울타리는 없지만 주인은 있답니다. 2005.5.20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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