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느릿느릿 372】새(鳥) 가족
차만 타면 뒷좌석에서 참새 두 마리가 짹짹거리며 지저귀기 시작합니다.
짹짹짹 찍찍찍 째잭째잭... 투닥투닥 잉잉 징징
얼마나 귀가 아픈지 참다 못한 앞좌석의 큰 새가 제발 조용히 하라고
까악 까악 거리며 지저귀는데 그 소리가 더 시끄럽습니다.
그러면 운전하는 저는 황새가 됩니다.
세상이 뒤집어지든 말든 천둥이 치든 비가 내리든 유유히 논 한 가운데
무심(無心)으로 서 있는 황새가 됩니다.
참 좋습니다.
처음에는 차 안에서 귀가 따갑게 땍땍거리는 세 여자들의 소프라노 고음이 귀에 참 거슬리더니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소리가 좋아졌습니다.
그 소리가 바로 살아있다는 소리이고, 가족이라는 소리이고,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는 소리이고, 행복의 소리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귀는 있으되 듣지 않는 귀를 가진 황새가 되기로 했습니다.
... 온 가족이 차를 타고 어디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암튼 여자라는 인종은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가버리는 참 시끄럽고 못말리는 인종이 틀림없습니다. 2005.5.23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