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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장미꽃이 너무 곱습니다.(사진 최용우)
【느릿느릿 375】장미꽃이 피었구나
길을 가다보니 붉은 장미꽃이 울타리 가득 피었구나!
내 생일이구나!
우리 어머니는 참 좋은 계절에 나를 낳으셨다.
온 세상이 붉은 장미로 화사하게 장식되는 그날이 바로 내 생일이다.
아버지 돈 벌러 보름씩 나다니고 어머니가 혼자서 나를 낳으셨다지.
나를 낳고 먹을 것이 없어 굶고있는 걸 보다 못한 이웃이
고구마 한 자루 주어 한 솥 삶아 배 채우고 나머지는 땅 속에 묻어놓으셨단다.
언제 올 지 기약 없는 남편이 올때까지 아껴 먹으며 굶어죽지 않으려고...
그런데 다음날 그 고구마를 누군가 홀딱 파가 버렸더라고...
내 아내는 둘째 낳던 날 밤 남편이란 작자가 코골며 잠잤다고 서운해한다. 밤 열두시에 병원에 가서 새벽 4시에 아기를 낳았으니... 천하장사라도 잤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후 보름만에 보리쌀 한 말 어깨에 매고 나타나셨단다.
내가 이 세상에 소풍오던 그날도 우리집 돌담에 장미꽃은 화사하게 피어있었겠지.
나는 그렇게 나의 탄생을 축하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장미꽃이 환하게 축하해주며 박수를 쳐주며 환영해주는 가운데 슬프고도 애틋하게 이 세상에 왔다. 그래서 나는 나를 환영해준 장미꽃이 좋은가 보다.
생일 뭐 대수여? 하고 입 싹 닦고 시치미를 떼고 있는 어떤 여인도 있는데...
좋은이와 밝은이가 자기들 용돈 아껴 보름달빵 보다 쪼금 더 큰 케잌을 사가지고 와서 초 4개 꽂고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준다. (와~~ 나 4살이다...)
그 마음이 너무 이뽀~ 막 뽑뽀를 해 주었다. 2005.5.25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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