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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380】그 아버지에 그 딸
시골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할 때 오랫동안 주일학교 교사를 했었습니다.
예배시간에 부를 찬송가를 직접 지어서 가르치기도 하고 가요에 가사를 새로 만들어 붙여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순 엉터리)
한번은 '과수원길'이라는 노래에 가사만 바꿔서 '교회가는길'이라고 만들어 불렀습니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폈네...' 를
'언덕위 우리교회 예수사랑꽃이 활짝폈네...' 하고 바꿔 부르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엉터리였냐면 4분의 4박자 노래는 마디가 4, 4, 4, 4 로 아구가 딱 맞아야 되는데
4,4,4 로 그냥 중간에 끝나버리는 것입니다. 담임 전도사님이 참 별스런 노래도 다 있다며 고개를 갸우뚱~ (그런데 그때는 그게 틀린것인지도 몰랐다. 흐미...)
좋은이가 반주용 찬송가를 사 달라고 해서 함께 기독교서점에 갔습니다.
이것저것 찬송가를 펼쳐보는데 계속 자기가 찾는 책이 아니라며 퇴자를 놓습니다.
"도대체 어떤 찬송가를 찾는거야?"
"3부로 되어 있는 찬송가요. 높은음 한 줄, 낮은음 한 줄로 되어 있는 찬송가요"
"원래 악보는 멜로디용이거나, 위에 테너 소프라노 2부로 되어 있거나 아니면 4부가 기본이야. 네가 말하는 3부로 되어있는 악보는 이 세상에 없단다"
좋은이는 끝까지 할머니 다니는 교회에서 그런 찬송가를 분명히 봤다며 계속 뒤적뒤적~
결국 계산대에 앉아있던 집사님이 와서 정말 그런 악보는 없다고 확인시켜주며 좋은이에게 맞는 찬송가를 골라 주셔서 그걸로 샀습니다.
아직도 좋은이는 3부로 만든 악보가 있다고 확신하는 눈치입니다.
정말 그 아버지에 그 딸이네요. 2005.6.2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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