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느릿느릿 383】지지대
고추, 토마토, 오이, 가지 모종을 심어 놓고 한 참 지났습니다.
오늘은 앞산에 가서 사람 키만큼 길죽한 나무 막대기를 많이 만들어와 지지대를 세워 주었습니다. 토마토와 가지 옆에는 곧게 세워서 허리를 끈으로 나무에 묶어주고, 오이 옆에는 오이가 감고 올라갈 수 있도록 얼키고 설키케 해주었습니다. 고추는 사이사이에 나무 막대기를 박고 끈으로 길게 엮어서 쓰러지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그냥 심어놓기만 하면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는 약한 허리를 가진 모종에게는 막대기야말로 든든한 친구이자 도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군가의 곁에서 도움이 되어주고, 또 도움을 받는다면 그 고단한 시기를 행복하게 넘길 수 있겠지요? 제 삶을 돌이켜 보니 참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고비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기억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옳습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에는 도와준다는 생각도 없고 기억도 없어야 진정한 도움이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때에는 빚진 마음으로 받아야 정상입니다.
이제 얼마후면 저의 작은 도움으로 일어선 모종들이 열매를 선물할 것이고, 아이들은 말 안 해도 오고가며 토마토를 따먹고, 저는 오이를 따먹고, 점심때는 풋고추를 따다가 된장 발라 썩썩 베어먹게 되겠지요? 2005.6.5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