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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찍은 산책길 사진
【느릿느릿 392】죽음 직전에 드린 기도
해넘어가면 아내의 뒤를 따라 졸래졸래 운동을 나갑니다. 동네를 한바퀴 돌고 호숫가를 따라 양지공원까지 약 8키로미터를 걷는 운동입니다. 아내는 살빼기 운동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아내를 보호하는 보디가드겸 산책입니다.
오늘은 무지 힘들어서 가기 싫었는데, 아내의 주먹이 무서워 슬그머니 따라 나섭니다. 가만히 걷기만 하면 더 힘이 빠지는 것 같아 주절주절 옛날 이야기를 합니다.
"옛날에 내가 안산에 살면서 쇳물 녹여서 뭘 만드는 주조회사에 다닐 때, 무슨 커다란 기계속에 들어갔다가 죽음 직전에 살아난 적이 있었지.
제품이 고리에 달려 빙빙 잘 돌아야 하는데 기계가 멈추기에 뒤로 돌아가 뚜껑을 열어보니 제품 하나가 고리에서 떨어져나와 틈새에 끼인거야. 내 생각에는 들어가 빼면 되겠더라고. 정말 지금 생각하면 미련 곰탱이 바보 천치였지. 어떻게 거기에 들어갈 생각을 했는지 몰라. 기계가 사람도 들어갈 수 있는 큰 기계였거든. 그래서 겁도 없이 기어들어가 빼냈더니 멈추었던 기계가 갑자기 돌아가기 시작하는거야.
짧은 순간 아, 내가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리고 아이고 하나님 살려 주세요. 살려 주시면 착하게 살겠습니다! 하고 기도하면서 무조건 '사람살려! 아이고 나죽네...'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 다행히 그 소리를 들은 작업반장이 달려와 전원스위치부터 탁 내린거야.
그리고 틈새에 끼인 나를 사람들이 끄집어내었지. 정말 신기하게 다리만 조금 다치고 멀쩡하게 살아난거야."
"정말, 그 순간에 '착하게 살께요' 하고 기도했어요?"
"응. 그런 기도가 나오데"
"내참, 만화도 아니고... 정말 어이가 없어서..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그런 기도를 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을 거야..."
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 하다보니 오늘도 무사히 운동을 마쳤습니다.
2005.6.20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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