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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일기 16】하나님은 더 전문가
어디선가 누수가 되어 쓰지 않는 물이 계속 빠져나갔습니다.
누수가 되는 부분은 아마도 책이 있는 숙소의 벽에 얼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숙소 바닥의 어디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짐작만 할 뿐! 이 집을 지은 임전도사님도 청진기를 들고 찾다가 찾지 못하고 110평이나 되는 넓은 공간을 다 파헤칠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결국 누수탐사 전문 업체 직원을 불렀습니다.
그 사람은 몇 가지 테스트 끝에 숙소 바닥의 어느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찍더니 장판을 걷어내고 파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1쎈치미터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보일러관이 터진 곳을 찾아낸 것입니다. ‘과연 전문가는 전문가다’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책이 있는 방이라 축축하면 안 될 것 같아 터진 곳을 알려 달라고 조용히 기도하면서 방안을 돌아다닐 때 ‘여기’라는 느낌이 온 곳이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누수탐사 직원이 와서 전체를 한바퀴 빙 둘러보고 맨 처음 의심을 한 곳도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근처 어디인 것 같아요” 하며 발로 원을 그려 주었지만 비전문가인 제 말을 그 사람이 들을 리 없지요. 저도 제 말을 듣고 그곳을 파라고 한 말은 아니었구요.
뭐,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나님과 저 사이에 또 하나의 은밀한 비밀이 생겼으니까요. 에구! 그런데 비밀을 이렇게 다 떠벌려버렸네! 와~ 이러다 나 뭐 되는거 아닐까? 2005.12.5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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