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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일기 19】땅콩샌드
밝은이 외할머님이 우리 집에 오시면서 ‘땅콩샌드’한 상자를 사 오셨는가 봅니다. 할머니가 오신 날은 다른 맛있는 먹을 것이 많아서 ‘땅콩샌드’는 뒷전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아침에 뜬금 없이 밝은이가 ‘땅콩샌드’를 찾습니다.
“땅콩샌드? 땅콩샌드가 뭐냐?”
“외할머니가 사 오신 과자 있쟎아요. 분명히 제가 봤어요. 그거 어디 있어요? 먹고 싶어요”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우선 학교에 가라. 갔다 오면 찾아놓을게”
그렇게 말했는데도 학교에 가자마자 공중전화로 꼭 찾아 놓으라고 확인전화를 합니다. 낮에 잠깐 외출을 했는데 엄마 손전화로 또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고 밝은이보다 조금 늦게 집이 왔는데, 먼저 온 밝은이가 땅콩샌드를 찾아 집안을 이잡듯이 뒤져놓았습니다.
그놈이 어디로 갔는지 그렇게 찾았는데도 땅콩샌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잊어버리는 것 같았는데 오늘 또다시 밝은이가 ‘땅콩샌드’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땅콩샌드 아직도 못찾으셨어요?”
“하~ 고놈, 정말 징하네. 여보, 그만 시달리고 그냥 땅콩샌드 한 상자 가게에서 사 가지고 들어갑시다.”
그렇게 혀를 내두르면서 마음속으로 ‘그래, 뭘 얻으려면 이 정도의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은 있어야지’하고 인정을 합니다. 2005.12.1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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