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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일기 25】밝은이의 인라인스케이트
오래 전부터 좋은이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갖고 싶다고 졸라서 ‘아빠가 사 줄 수는 없고 그러나 가질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첫째는 열심히 돈을 모아서 사는 방법이 있고,
둘째는 하나님께 기도해서 응답 받는 방법이 있다.
처음에는 열심히 돈을 모으더니 잘 안 모아지는지 어느 날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어떻게 기도해야 돼요?”
“하나님! 인라인 스케이트를 갖고 싶어요.”
“... 기도가 그렇게 간단해요?”
“응. 간단해”
그 날부터 좋은이가 입을 열어 그렇게 간단한(?)기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신기하게도 이틀만에 좋은이의 인라인 스케이트가 생겼습니다. “아빠! 기도 응답 받았어요. 세상에 이렇게 빨리 될 줄이야.” 한동안 좋은이가 흥분해서 간증(?)을 하고 다녔습니다.
산골마을의 세 언니들은 다 인라인스케이트가 있는데 밝은이는 롤라스케이트를 타고도 씩씩하였습니다. 그런데 언니들이 산림박물관 가자며 자기들끼리만 쌩 가버린 것입니다. 롤라스케이트를 타고는 따라갈 수가 없어 그만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달려와 아빠를 졸랐습니다.
그러나 아빠의 대답은 “언니처럼 너도 기도해”
그걸 보고 예랑이 아빠 임전도사님이 다른 큰 언니가 타던 인라인스케이트 하나를 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하던 것 같았었는데 어느 날 밝은이가 심각하게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아빠! 저도 제 인라인스케이트를 갖고 싶어요”
“있쟎야”
“저건 제것이 아니고 달라고 하면 돌려줘야 한단 말이에요”
“예랑이 아빠 전도사님이 너 준거야”
“아니에요. 그냥 준게 아니고 분명히 빌려준다고 하셨어요”
“그럼 언니처럼 하나님께 달라고 기도해”
“아빠... 아빠가 사 주세요. 저는 아빠가 하나님이에요. 네? 나도 내 인라인스케이트를 갖고 싶어요. 밝은이 이름을 쓰고 싶어요. 내 것이요”
... 이미 있지만 자기 것이 아니어서 언제든 돌려주어야 한다는 마음부담 때문에 ‘내 것’을 구하는 밝은이 마음을 생각하니 제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사실은 아빠인 저도 그렇게 기도하는 것이 있거든요.
그래서 두 말하지 않고 “그럼 잠깐 일루 와 봐!”
인터넷 인터파크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검색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았습니다. (5만원 이상을 생각했는데 1만원대에서 살 수 있네요) 밝은이가 갖고 싶은 것을 골라 주문을 해 주었습니다. 주문한 다음날 바로 택배로 도착하였는데 보니 선물로 안전장비까지 따라왔습니다.
“와~ 나도 응답 받았다. 나도 기도 응답 받았다.... 아빠가 사 주시기를 기도했거덩요”
ᅲᅲ
그래, 네 것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좋냐 그렇게도 좋아?
밝은이가 얼마나 좋은지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방안에서 빙빙 돕니다.
“이눔시키... 아무리 좋아도... 집안에서 타면 안돼. 밖에 나가서 타... 그리고 들어올 때는 신발장에 놓고 들어와”
밖에서 한 참 타고 놀던 인라인스케이트를 비닐봉지에 다시 싸서 엄마 몰래 침대 밑에 숨겨놓는 밝은이... 엄마도 모른 척 해 줍니다. 2005.12.2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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