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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구유

정채봉동화 정채봉............... 조회 수 1446 추천 수 0 2011.01.14 18:46:07
.........
왕이 있었다.

왕은 방을 써서 나라의 곳곳에다 붙였다.

 '섣달은 별이 내리는 달이다.

각자가 별을 받을 구유를 하나씩 지어와서 심사를 받도록 하여라.

살아 있는 구유로  판정이 내려진 사람에게는 상를 주겠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구유를  만드는 데 정신이 없었다.

서로가 더 나은 구유를 만들기 위해 재료 경쟁이 치열했고 솜씨 싸움 또한 볼 만하였다.

 

종을 지을 때처럼 주물로 구유를 빚는 부자도 있었고 대리석으로 구유를 조각하는 예술가도 있었다.

어떤 권력가는 몇백 살이나 먹은 향나무를 도벌해 와서 구유를 만들기도 하였다.

 

나중에는 치장 붐가지 일어나서  구유에 금도금을 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문양을 새겨 넣기도 하였다.

그리고 안쪽에 비단을 대어서 우아하게들 꾸몄다.

 

심사일이 다가오자 응모자들은 모두 들떠서 술렁거렸다. 전시장에다 각자가 만들어 온 구유를 내다 놓고 가슴을 조였다. 왕이 몸소 전시장에 와서 구유를 살폈다. 그런데 왕의 심사방법이 아주 특이했다. 가슴 속에서 빛나는 별을 꺼내어 구유에 살며시 놓아보는 것이었다.

 

왕은 주물로 빚고 금도금을 한 구유 속에다가 별을 놓았다. 그러자 별은 구유 속에서 이내 굳어져 쇠인형으로 변하였다. 왕은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는 대리석 앞으로 갔다. 별을 꺼내어서 대리석 구유속에 넣었다. 그러자 별은 돌인형으로 변하였다.

왕은 고개를 저었다.

 

향나무로 구유를 만든 권력가의 가슴이 부풀었다.

이제 자기의 구유에서 놀라운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왕이 가까이 오자 그의 호흡은 심하게  거칠어졌다.

왕이 자기의 향나무 구유에다 별을 놓을 때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앗다.

그러나 애석한지고! 별은 향나무 구유에서 조차 볼품없는 인형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무인형이라는 것일 뿐.

 

별이 변하기는 어느 구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쇠로 빚은 구유에서는 쇠인형으로, 돌로 만든 구유에서는 돌인형으로, 나무로 만든 구유에서는 나무인형으로 뻣뻣해지곤 했다.

궁으로 돌아가려던 왕은 문득 군중 틈에서 멈칫거리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왕은 조용히 말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이리 나오너라."

 

소녀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면서 사는 넝마주이였다.

소녀는 날마다 쓰레기더미에서 차마 버리기 아까운 헌 나무를 주워 잇대어서 만든 구유, 조각천을 이어서 바닥에 깐 작은 구유를 안고 있었다.

 

왕은 넝마주이 소녀의 가난한 구유 속에 별을 놓았다.

그러자 보라! 갑자기 별이 숨을 쉬면서 거룩한 아기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왕은 기쁨에 넘쳐서 말했다.

"이리들 오라. 이 가난한 소녀의 구유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구유의 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유의 마음이 중요하다. 형식의 구유에서는 인형으로 있는 별도 정갈한 마음의 구유에서는 거룩하게 살아 움직인다. 이 태어남이 진짜인 것이다."

 

   정채봉의  <멀리가는향기/샘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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