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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일기 56】까짓거!
거의 일주일 넘게 밥을 하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아내 말로는 앞으로도 일주일 동안 밥을 안 해도 된다고 합니다.
사정인즉슨 이렇습니다. 겨울 방학동안에 제가 살고 있는 산골마을 공간에 여러 교회에서 끊임없이 수련회를 오고 가고 있습니다.
수련회를 오신 분들이 남기고 간 밥을 먹느라 그렇습니다.
다들 무슨 밥을 그렇게 많이들 해서 남겨놓고 가는지 원....
밥통에 그냥 남겨 두고 가는 것은 이해를 합니다.
며칠 전에는 쓰레기통에 까만 비닐봉지 하나가 있기에 뭔가 하고 열어보았더니 세상에! 새하얀 쌀밥이 그냥 비닐봉지에 담긴 채 버려져 있는게 아닙니까! 봉지를 열어보는 제 손이 덜덜덜덜덜 떨렸습니다. 혹시 하늘이 내려다보고 벼락을 칠까 봐 얼른 비닐 봉지를 닫아버렸습니다. 또 다른 비닐봉지를 여니 얇게 썬 마늘이 한 바가지나 우수수.... 아내와 저는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리며 회개를 했습니다.
거룩하게 예배를 드리고 새 삶을 살겠다고 울고불고 할 때는 언제이고... 수련회를 끝내고 가면서 이렇게 밥을 버리고 가다니... 그런데, 놀랍게도 수련회를 오는 많은 교회들이 이렇게 음식물을 버리고 갑니다. 이 일을 도대체 어쩌면 좋습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 밥 아까운 줄 모르고 마구 버립니까? 앞으로는 음식물 버리는 교회와 버린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공개할 것입니다.
주워온 밥을 우리 집 밥통에 담으니 한가득 차고도 남아서 다른 통에 담아 냉동고에 얼렸습니다. 밥은 생명입니다. 예배와 밥이 서로 다름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2006.2.1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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