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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일기 71】학교는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일까?
학교는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일까요? 뭐 물어 보나 마다 ‘학생’들을 위해 있습니다. 그 학생들이 없어서 문을 닫은 폐교가 전국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우선하지 않고 경제논리를 먼저 따진다면 그것은 이윤추구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지 학교라 할 수 있을까요?
요즘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밝은이의 얼굴이 봄볕에 타서 새까맣습니다. 이유는 수업 끝나고 두 시간씩 운동장에서 놀기 때문입니다.
수업이 끝나면 1:30분이고 학교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은 3:30분입니다.
2시간 동안 학교에서 혼자 기다려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은 일인지 몇 번씩이나 집으로 전화를 합니다.
“도서관에 가 있어”
“도서관 공사한다고 문 안 열었어요.”
“친구들하고 놀아”
“친구들 다 학원 가고 혼자 밖에 없어서 심심해요”
그러니까 교육청에 알아보니 규정에 의하면 저학년들을 위한 학교버스가 2시에 출발하게 되어 있고, 몇 번인가 밝은이가 그 버스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운전기사 아저씨가 “밝은아, 너 혼자 때문에 큰 차를 운행할 수 없단다” 하고 말해 놓고는 2시차 운행을 중단해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밝은이를 위한 다른 대책을 세워놓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며칠 동안 혼자 운동장에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얼굴을 새카맣게 태워 먹은 밝은이가 안스러워서 궁여지책으로 엄마가 자가용으로 학교에 가서 밝은이를 태워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작년 가을에도 학교에 2시차 운행을 요구하였다가 서로 낯을 붉히는 일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존재한다면 단 한 명의 학생이라 할지라도 스쿨버스를 운행하는 게 옳은 일이련만... 언젠가 부업으로 학원버스를 운전하는 목사님이 단 한 명의 아이를 위해서 밤 10시에 차를 운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학원이 학교보다도 더 ‘학생’들을 잘 섬기는 셈입니다.
2006.3.10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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