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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일기 82】너구리
“여보 빨리 나와 보세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밖에 나갔던 아내가 살금살금 들어와서 저를 급히 부릅니다.
뭘 봤구나! 저는 얼렁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섭니다.
“저기 좀 보세요. 저 동물이 뭔 줄 알겠어요?”
“너구리네. 너구리구만,”
어디에서 왔는지 너구리 한 마리가 아궁이 옆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 아픈가? 왜 안 도망가고 가만히 있지?”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너희들 너구리 보았어?”
“너구리 라면요?”
“라면 말고 진짜 너구리 말이야....”
아이들이 진짜 너구리를 보면서 신기해합니다. 너구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까지 찍고 요란을 떨어도 너구리가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인간들을 바라보며 ‘저 동물들은 뭐야? 웃기고 시끄러운 동물들이네’하는 표정입니다.
잠시 후에 너구리는 숲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2006.4.2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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