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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일기 93】두 가지 경우에는
다음 두 가지 경우에는 이유를 묻지 말고 무조건 그냥 “예스”를 해야 됩니다.
어떤 사람이 한 이틀정도 묻지마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하면 이유를 묻지 말고 “그래, 잘 다녀와” 하고 보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십중팔구 ‘치질수술’을 하는 경우입니다. 작년에 드디어 우리나라 병원에서 하는 수술 중 치질수술이 가장 많이 하는 수술 1위로 올라섰다고 합니다.
치질수술은 한 이틀정도 입원을 하는데, 그거 사람들에게 “나 치질 수술해” 하고 말하기에 무지 민망한 수술입니다. 그러니 한 이틀정도 어디 좀 다녀온다고 하면 ‘아~ 치질 수술하려나 보다’ 하고 더 이상 꼬치꼬치 묻지 말고 “그래 잘 다녀와” 하고 보내주십시오.
또 한가지는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밖에 나가 저녁 먹자” 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무조건 “그러지 뭐”하고 외출복을 입고 집을 나서십시오. 뭐, 저는 남자라서 잘 이해가 안되지만 여자들은 한 달에 한번씩 밥하기 싫어지는 날이 있답니다.
뜬금 없이 아내가 “우리 밖에 나가 저녁 먹자” 해서 들깨수제비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송림칼국수’에서 맛나게 저녁을 먹고 와 이 글을 씁니다.
2006.4.17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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