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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잎나물
【흙집일기 94】사람들이 그렇게도 바라는 일
봄날의 점심
쑥 한 주먹 뜯어
된장국 끓이고
혼잎 나물 조금 뜯어
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치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배경 삼아
그렇게 남편과 함께 마주 앉았다. - 이인숙
제가 좋아하는 산나물은 ‘혼잎나무’라고 부르는 화살나무의 어린잎입니다. 이파리를 삶아서 들기름에다 간장 넣어 무치면 그 맛이 일품이지요. 다른 나물처럼 향이 강하지도 않고 참 좋습니다.
그런데 혼잎나물은 일년에 한 열흘정도 기간밖에 안 납니다. 많이 땄다고 생각하고 데쳐보면 그 양이 팍 줄어들어 얼마 안됩니다.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뒷동산 산책을 하다가 막 돋아난 혼잎나물을 따와서 데쳐 주먹만하게 뭉쳐놓습니다. 이렇게 해서 냉장고에 넣어 놨다가 우리 집에 오시는 분들에게 하나씩 선물하려고 그러는 것이지요.
“이거 이렇게 작아도 이만큼 따려면 한 참 걸리는데, 사람들이 그거 알까? 에휴... 마트에 가니 다 있더라구...”
“시장에서 사는 것 하고는 다르지... 당신이 직접 딴건데...”
사람들은 이 다음에 여유가 생기고 나이도 들면 시골 한적한 곳에 살면서 이렇게 철마다 주변에서 나는 산나물 따먹고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시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지금 우리 가족의 삶이 사람들이 그렇게도 바라는 삶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2006.4.18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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