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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한밭수목원에서
【흙집일기 99】진지한 사람
“여보! 저기 저 사람 좀 봐. 너무 진지해”
대전 한밭 수목원에서 어슬렁거리는데 야생화원에서 사진을 찍는 어떤분의 모습이 너무 진지해 보입니다.
바닥에 붙은 연두색 제비꽃 가까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 마치 기도하는 자세로 렌즈를 들여다봅니다.
또는 노랑 어리꽃을 찍으면서는 마치 재래식 화장실에 쪼그려 앉은 자세로 그렇게 시간이 정지된 듯 한참 동안 렌즈를 들여다봅니다.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선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잔디밭에 엎드리기도 하고... 좋은 각도에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네요.
먼 발치서 가만히 보고있으니 참 진지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사물을 가장 멋진 모습으로 가장 아름답게 보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 모습이 어느 성자의 모습보다 아름답습니다.
나의 삶의 자세도 저랬으면 좋겠습니다. 나와 만나는 모든 사람을, 모든 사건을, 무슨 일이든 가장 아름답고 멋진 면만 보려고 저렇게 노력한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황홀한 세상이 될까요? 2006.4.2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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