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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일기 105】산으로 간 접시
집 옆의 창고를 헐고 황토방 짓는 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창고 지붕에 달려 있던 우리 집 하늘접시를 떼어내 바로 옆 건물 지붕으로 옮겼습니다. 옮겨 달기는 했는데 저 하늘 어딘가에 있는 인공위성을 향하여 방향을 잡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카이라이프 고객센타 1588-3002로 전화를 해서 화면이 나오지 않으니 와서 방향을 좀 잡아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출장비 4만원이라고 해서 “에? 출장비 4만원이요? 이사하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단 1미터만 접시를 움직여도 무조건 4만원씩 받는다고, 그럼 옮기는 것은 내가 옮길테니 와서 방향만 잡아달라고 해도 역시 4만원이라고...
출장비를 4만원씩이나 받는 것도 바가지이고, 기계로 측정해야되는 것까지 돈을 받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스카이 라이프 이제 돈 좀 벌었다 이거지!’ 스카이 라이프 신청하라고 자전거 주고 밥통 줄 때는 언제고 벌써 마음이 바뀌어 이렇게 뻣뻣해졌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뭐든 경쟁을 붙여야 됩니다....(유선이나 케이블이 되는 곳에 사시는 분들은 절대로 스카이 라이프 설치하지 마세요.)
어쨌든 말다툼만 하나가 그냥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그냥 말 사람이냐? 아닙니다. 지붕에서 접시를 떼어 뒷산 언덕으로 끌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큰 돌로 받침대를 단단하게 괴어 놓고 좋은이와 함께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저 파란 하늘 어딘가에 있을 인공위성을 찾아 접시를 이리저리 돌리고 돌렸습니다.
그리고는 드디어 마침내 결국에는 방향을 찾아내고야 말았다는 슬픈 전설이올시다. 2006.5.3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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