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흙집일기 108】내 코고는 소리를 내가 듣다
들들들들들들들들...
돌 굴러가는 소리를 잠결에 듣고 깜짝 놀라 잠에서 깼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 코에서 나오는 음향효과였습니다.
마치 산에서 자갈이 굴러 내려오는 소리 같기도 하고, 포크레인이 무거운 것을 끙끙대며 들어올릴 때 내는 소음 같은 그런 소리가 제 코에서 스테레오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말하기를 “당신 코고는 소리는 엄청나요.”
“내가 언제 코를 골아? 나는 한번도 내 코고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심한 소리가 난다면 내 귀에도 들려야 될텐데 나는 안 들려”
인간의 귀의 구조는 자기 자신의 코고는 소리가 안 들리도록 설계되어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찌된 셈인지 어젯밤 잠결에 ‘멧돼지를 두들겨서 잡는 소리’와 거의 구별이 안 가는 나의 코고는 소리를 듣고 슬그머니 아내에게 미안해졌습니다.
미국에서 한 여성이 잠자는 남편을 펜으로 찌르고 아령으로 때린 혐의로 고소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새벽녘에 곤히 자는 남편에게 테러를 가한 이유는 다름 아닌 남편의 코고는 소리를 견디다 못해서 그랬답니다.
여보! 당신은 소음이 나는 구멍을 막아버리지도 않고, 펜으로 찌르지도 않고, 아령으로 때리지도 않고 지난 10년 동안 잘 참고 살아줬으니... 너무 고마운 사람이구려 2006.5.6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