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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일기 109】굴뚝새
얼마 전부터 가스랜지 후드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유심히 관찰하던 아내가 후드 구멍 속으로 새 한 마리가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전기줄에 앉아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망을 보다가 얼른 구멍 속으로 들어가더라는 것입니다.
후드 뚜껑을 열고 파이프를 빼 보니, 그 안에 새가 집을 짓고 알을 낳아서 벌써 새끼가 다섯 마리나 부화해 있었습니다.
아직 눈도 안 뜬 새끼들이 소리를 듣고 어미가 먹이를 물고 온 줄 알고 머리보다도 더 큰 입을 쫘악 벌리고 서로 자기 입에 넣어 달라고 짹짹거렸습니다. (뭘 넣어줘?)
옛날에 집주변에서 쉽게 봤던 굴뚝새입니다. 요즘은 시골집들에도 굴뚝이 다 사라져버려 집 지을 곳이 없어진 굴뚝새가 굴뚝을 찾다가 굴뚝모양과 비슷한 가스랜지 후드 구멍을 발견하고 그 속에 들어가 둥지를 튼 모양입니다.
온 식구들이 이 신기한 새 둥지를 들여다보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자! 이제 어미새가 돌아오기 전에 얼른 원래 상태대로 돌려놓자"
후드를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 되어서 새끼들이 다 자라 날아갈 때까지는 그래도 그 자리가 새들에게는 편안한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2006.5.7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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