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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일기 114】풀을 뽑아보기 전에는
순식간에 사방 천지가 풀밭이 되었습니다.
풀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가꾸지 않아도 쑥쑥 잘도 자랍니다.
풀은 정원이나 밭이나 길가나 언덕이나 자라지 못하는 곳이 없습니다.
아내가 정원과 꽃밭의 풀을 뽑고는 그만 몸살을 합니다.
일간신문에 어떤 환경운동가가 논밭에 제초제를 쓰지 말자는 글을 썼더군요. 말은 맞는 말인데, 그 글을 쓰신 분은 논과 밭에서 풀을 한번이라도 뽑아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경험 삼아서 몇 번 뽑아보는 것 말고 일삼아서 뽑아봐야 합니다. 책상에 앉아서는 무슨 말인들 못합니까?
적어도 제초제를 쓰지 말자는 말을 하려면 시골의 논밭에서 한번 실제로 풀을 뽑아 본 다음에야 말할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시골 사람들도 제초제 쓰면 안 된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거든요.
환경운동 전문가들의 말도 옳고, 시골에서 평생 풀을 뽑다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제초제 쓰면 다 죽어"하시는 말씀은 훨씬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 뽑고 돌아서면 벌써 한 뼘씩 자라나는 풀을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2006.5.16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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