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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최용우)
【용포리일기 13】하룻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을 것 같기도 한 이유로 어제 하룻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 했습니다.
머리가 쑤시고, 어지럽고, 무겁고, 머릿속에 뭐가 기어다니는 듯 하고, 배도 아프고, 더부룩하고, 구토가 나오고, 설사를 하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목이 붓고, 눈이 침침하고, 온 몸에 힘이 없고, 기분이 되게 나뿌고, 발바닥도 아프고, 앉아 있어도 누워 있어도 서 있어도 편하지가 않고,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날카롭고, 탈수증세가 있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귀에 윙 윙 소리가 들리고, 몸을 움직이면 뼈가 우두둑 우두둑... 이거 무슨 증상인가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엉덩이 깔 각오를 하고!
가까운 내과에 갔더니 먼저 혈압체크 정상! 맥박 정상! 눈을 뒤집어 보더니 정상! 의사가 아픈 증상을 말해보라기에 위에 적은 대로 말했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차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대장염 증세’ 라고 씁니다. ᅲᅲ 나 지금 무지 아픈거 맞단 말이에요. 엉엉... 엉덩이에 주사 한 방 맞고 잉잉.. 약국에서 약을 지어왔습니다. 그리고는 드러누워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갑자기 내가 왜 이렇지? 뭐지? 뭘까? 그 순간에 섬광처럼 퍼뜩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 아! .... (도저히 말 할 수 없는 비밀) 원인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누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조용히 예수님의 보혈을 바르고 하늘빛으로 채우고 호흡기도를 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지어온 약을 먹어보지도 못하고 봉지 채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언제 아팠냐는 듯이 멀쩡한 모습을 보고 아내가 ‘어쩜 당신은 아픈 것도 만화같이 아프냐... 한 며칠은 누워 있을 것 같더니...’ 라고 한 마디 합니다. 2006.6.21ⓒ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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