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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30】열중(熱中)
컴퓨터로 일을 하다 보니 컴퓨터가 고장나지 않고 쌩쌩 잘 돌아가야 기분이 좋습니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분들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산골짜기에 살 때는 컴퓨터가 고장이 나면 그걸 들고 대전 시내로 나가 고쳐오는 일이 하룻일이었습니다.
공주로 가니 그게 반나절 일이 되었습니다.
지금 사는 용포리에서는 아주 잠깐의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동네 파출소 옆에 자그마한 컴퓨터 수리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동네에서 제 마음에 드는 몇 가지 중 한 가지입니다.
은행에 다녀오다가 컴퓨터 수리점 앞을 지나오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볼일은 없지만 안면도 틀 겸 인사라도 해야겠다 싶어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얼른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젊은 주인장 나리께서 성스러운 일에 열중(熱中)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가게 문 앞에 서 있는 것도 모를 정도로 가게 한 구석에 있는 컴퓨터의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우스로 딸깍 딸깍 컴퓨터 화면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화면 가득... 옷이 없나? 왜 여자들이 옷을 안 입고 있지? 암튼 너무너무 열심히 이상한 컴퓨터 테스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열중(熱中)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그 성스러운 작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조용히 집으로 왔습니다. 2006.7.13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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