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포리일기 35】질경이
뒷산에 올라갔더니 산밭으로 경운기가 지나가는 길이 쭉 나있었는데 그 경운기 바퀴자국을 따라 질경이풀이 너울너울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질경이는 길가에서만 자라는 풀입니다. 길에서도 꼭 차나 경운기가 지나간 바퀴자국 근처에서 자랍니다.
사람들의 신발에 잎이 찢기고, 바퀴에 줄기가 무참히 짓이겨져 있고 흙탕물을 뒤집어 쓴 질경이는 왜 꼭 길가에서만 자랄까요? 자세히 보니 그런 험한 곳에서도 데궁을 올려 깨알같은 노랗고 하얀 씨앗을 맺고 있네요.
그러니, 이 세상에서 사람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결코 불평해서는 안됩니다.
지루한 초여름 6, 7월 장마에도 소달구지 모는 농부가 졸고 있다.
쪽빛 물결 일렁이는 들판 양 길가바퀴에 치인 질경이가 피를 흘린다.
사알짝 들어 올린 이파리는 질기기도 해라.
이슬망울 터트리는 수즙음 있어도 보아주는 이 별로 없는 질경이.
뿌리까지 버릴 것 없는 동의보감 백초(百草)안에 든 약초(藥草).
중년 여인네 오줌소태에도, 남정네 전립선, 항암제 역할도 한단다.
오솔길 외진 기슭에 갯바람이 이는 어촌 길가 산길 논밭 두렁에도
보는 이 마다 외면하던 질경이 꽃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되는가?
뉘가 질경이란 이름을 외우기나 했던가.
밟혀도 질긴 생명으로 살아 남아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질경이
2006.7.20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