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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간증-사랑하십니까

연예인신앙간증 신앙간증............... 조회 수 4173 추천 수 0 2011.01.31 01: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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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간증-사랑하십니까

여러분들은 무엇이 일어나고 싶습니까? 우리의 영혼도 주님 앞에 일어나야 하겠지만 우리 환자들은 육체적으로도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의족을 신고 일어나고 싶어하고, 목발을 짚고 일어나고 싶어하고, 휠체어위에서 일어나고 싶어합니다.
목요일마다 병원에서는 찬양 예배를 드립니다. 다가오는 주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8년 전부터 재활병원 1층 예배실에서 환자들과 직원들이 함께 모여서 찬양 예배를 드리는데, 그 예배에 참여한 일반인들까지도 감격해서 돌아갑니다. 비틀비틀 걷는 환자들이 "일어나 걸으라 내가 새힘을 주리니"라는 찬양을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얼마나 열심히 찬양하는지 모릅니다. 가슴 깊이깊이 찬송가 가사 하나 하나가 피가 되서 나올 만큼 열심히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손뼉을 마음껏 찰 수 있지만 환자 중에는 손을 움직이지 못해서 손뼉 못치는 환자들이 있거든요. 손이 움직여져야만 손뼉을 칠 수 있죠. 팔이 있어여만 손뼉을 칠 수 있죠. 그런 경우에 환자들은 마음으로만 손뼉을 칩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 손뼉 치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머리로만 박자를 맞춥니다. 여러분 찬송하실 수 있을 때 열심히 찬송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돈도 필요할 것이고, 건강도 필요할 것이고, 명예도 필요할 것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많이 있죠. 그런데 여러분 그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 보면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저는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환자들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톨스토이의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책의 내용이 절절이 가슴에 와 닿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날마다 병원에서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피부로 부대끼고 살아가는 전도사입니다. 몇 년 전에 천사와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천사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천사의 모습은 발가벗은 사내아이,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려 있어서 공중을 날아다니며 나팔을 부는 모습의 천사를 생각했습니다. 좀 자라서는 흰 옷을 입고 머리를 푼 예쁜 여자의 모습으로 날개가 달려 있는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제가 만난 천사의 모습은 사내아이도 흰 옷 입은 예쁜 여자의 모습도 아닌 40대 후반의 투박한 남자였습니다. 그는 환자였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본 순간 '저 얼굴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야, 천사의 얼굴이 아마 저랬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사람의 얼굴에서는 유난히 빛이 났고 눈을 마주쳤을 때 웃는 웃음은 지금까지 누구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평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잘 웃던지요. 늘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으니까 저는 천사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거 내가 눈이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뭔가 씐게 아닌가?' 라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간호사들과 다른 보호자들을 불러서 "저 환자를 보십시오"라고 했더니 그들이 한결같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도사님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나 보죠. 전도사님, 천사 같죠"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천사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챠트를 보았더니 무려 11년 동안 사지마비 장애인으로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지난 호에 밝혔듯이 사지마비 장애인의 경우에는 스스로 옆으로 돌아누울 수도, 스스로 앉을 수도, 자기 손으로 밥을 떠먹을 수도, 자기 손으로 주먹을 쥐고 아랫배를 두드려 소변을 뽑아 낼 수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그냥 드러누워 살아야 하는 환자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그런 상태로 11년을 살았다면 천사는커녕 마귀의 모습으로 일그러져 있어야 할텐데 얼마나 잘 웃고, 유모가 풍부했던지 그 환자가 입원한 날부터 웃음이 귀한 병원 복도에 늘 웃음이 넘쳐 났습니다.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그에게서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자 귀를 기울였습니다. 도저히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따로 그 환자를 만났습니다. "내가 차트를 보니, 11년 동안 사지마비 장애인으로 살아왔던데 어떻게 그렇게 유머가 풍부하고 늘 즐거울 수 있습니까?" 그랬더니 환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도사님 저는 30대 초반에 택시기사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사지마비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 3년간은 죽으려고만 했습니다. '이건 사는 게 아니야,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드러누워 산다는 것은 지옥이야. 이건 사는 게 아니야, 나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도 고생이고.... 내가 빨리 죽고 없어져야지. 그래야만 나의 아내가 아직 젊으니까 재혼을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혼자서 아이들 데리고 살아도 지금보다는 나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자살을 하려고 애를 썼대요. 자살을 하려고 보니까 손을 움직여야 목을 메달고 죽을 수가 있죠, 침대에 떨어져 죽으려고 하니까 옆으로 돌아누울 수가 있습니까? 숨을 안 쉬고 죽어버릴까. 혀를 깨물고 죽어버릴까. 혼자서 죽으려고 별의 별 궁리를 다했지만 스스로 죽어지지 않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이 환자가 그의 아내에게 "죽을 수 있도록 약을 좀 구해 줘"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펄쩍 뛰면서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 힘든 것 알어. 그러나 나를 위해서 제발 좀 살아만 있어 줘, 여보 제발 죽는다는 소리만은 하지 말아 줘, 당신이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도 어딘데.... 당신이 이렇게 살아만 있어 준다면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고, 애들이 잘못하면 아빠가 혼이라도 내 줄 수 있잖아. 보상금 받은 것 적지만 은행에 넣어 두었으니까., 밥은 먹고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여보 내가 평생 당신 손발이 되어서 밥 떠 먹여 주고 옷 입혀주고 대소변 받아주고 다 해줄 테니까 제발 죽는다는 소리만 말아줘, 힘들겠지만 제발 우리 아이들과 나를 위해서 살아만 있어 줘."
그러면서 이 아내가 울면서 하는 말이 "여보 나는 당신이 돈 벌어 올 때도 당신을 사랑했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는 지금도 당신을 사랑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이 환자는 콧방귀를 뀌었답니다. "니가 나를 사랑한다고?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지금은 니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겠지만 언젠가는 '저 웬수, 왜 안 죽는가? 저 웬수 죽었으면...'하고 내가 죽기를 바랄 것이고, 바람을 피우든지 딴 짓거리를 할거야."
그러면서 이 환자는 제발 죽여달라고, 약 구해 오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짜증을 내고 화를 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아내는 늘 울면서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나는 당신 사랑한다고.... 그래서 환자는 죽지 못하고 그럭 저럭 시간이 흘러서 오 년이 되었데요. 오 년이 된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정말 자기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다는 거예요. 운전을 배워와서 한 달에 두세 번은 70Kg이 넘는 자신을 태워서 바깥 구경을 시켜 주었고, 얼마나 열심히 간호를 했던지 11년 동안 사지마비 장애인이 그렇게 흔하게 걸리는 욕창이라는 병을 단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었답니다. 그리고 아내는 말끝마다 '여보 사랑해, 이렇게 살아만 있어주는 것만 해도 어딘데...' 그래서 이 환자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진짜로 아내가 나를 사랑하는가보다. 내가 아무 것도 못하고, 떠넣어 주는 밥 받아먹고, 드러누워서 똥오줌을 싸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과 아내에게는 필요한 존재인가 보다, 그렇다면 사는 날까지는 살아봐야지. 그리고 어차피 산다면 나도 우리 아내와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면서 살아야 되겠다'라고 마음을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뭔가 해 보려고 하니까 손도, 발도 움직이지 않고,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또 절망했답니다. 그러던 한순간 자기에게도 움직이는 곳 한 곳은 있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얼굴이라는 사실이었어요.
사지 마비 장애인들은 목 아래로 마비가 되었기 때문에 얼굴은 그래도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날부터 이 환자는 '움직이는 얼굴을 가지고 아내와 아이들을 어떻게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웃음이라도 넉넉하게 웃어주어야 되겠다.'고 해서 그 날부터 웃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넉넉한 웃음이라도 선물을 해 주고 싶었던 거예요. 그리고 말은 할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많이 많이 해 주고 싶었답니다. TV를 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각색을 하고 그렇게 애쓰고 노력하다 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사는 게 즐거워졌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웃음도 많이 선사하게 되었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다른 사람까지 즐겁게 하는 형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얘기를 마치고 환자가 "전도사님 제가 농담 한 마디 할 까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누구일 것 같습니까?" 묻는 거예요. 누구냐고 했더니 바로 자기래요. 왜냐하면 요즘 남자들이 명예 퇴직, 조기 퇴직하고, 여기 저기 부도나서 고생 고생하죠. 그러다가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집에 들어가면 밥 떠 먹여 주는 마누라가 있습니까? 간 큰 남자나 밥상 차려오라고 소리 지르지, 간 작은 남자는 하루 종일 밖에서 고생하고도 집에 들어가서 자기가 밥 차려 먹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드러누워 살지만 평생을 아내가 밥을 떠 먹여 주니까 자기만큼 행복한 사람이 있겠느냐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 환자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전도사님, 저는 11년 동안, 불편했을 뿐이지 불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나에게는 정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 들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구나, 이 환자가 11년 동안 그 처절한 절망과 고통 가운데서 참고 살아 있는 것만도 대단한데 천사의 모습처럼 변하여 웃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그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과 수고 때문이었구나.' 이 사실을 깨달으면서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사랑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 저희 병원에서는 날마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건강을 잃어도, 사랑하는 사람만 있다면 살아갈만 하다는 사실도 저는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랑의 위대함은 저의 삶 속에서 여러 차례 체험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저는 내 삶 속에서 사랑의 위대함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만족하십니까?에서 제 남편이 암으로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36살에 결장암이 걸렸고, 37살에 직장암으로 전이가 되었고, 수술을 3번이나 했고, 방사선 치료를 40여 회 했지만 암덩어리는 여전히 남아 있었고 창자만 딱딱하게 굳어 들어갔습니다. 방사선과 의사가 이대로 방사선 치료를 받다가는 장이 움직이지 않아서 죽을 지 모르니까 그만하자고 했습니다. 그 때 병원에서 두 손을 들었을 때의 그 절망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처음에는 남편을 속였습니다. 집에 가서 몸조리 한 후에 다시 방사선 치료를 받으라고 한다고... 사실 의사 선생님이 "집에 돌아가면 몹시 아플거고 저런 상태로 간다면 2-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고 말했을 때, 남편 손을 붙들고 병원 문을 나서는데 눈물이 눈앞을 가려서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자꾸만 자꾸만 울었더니 남편이 눈치를 채고 왜 그러냐고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내가 얼마나 더 산다고 했냐며 "이제 더 이상 치료가 안된다고 하지?" 그렇게 물어서 더 속일 수가 없어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남편은 울면서 내가 아직 젊었는데, 아직 할 일이 많은데 그것밖에 못살면 어떻하느냐고 애통해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암 말기환자의 고통이 그렇게 심한 줄 몰랐습니다. 특히 직장암은 통증이 무척이나 심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렇게까지 고통스러워 할 줄 몰랐어요. 여자들이 아이를 낳을 때 치르는 그런 해산의 고통과 같은 서러운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의사가 처방해 준 대로 약국에 가서 진통제를 사왔습니다. 그러나 남편에게 진통제라며 먹으라고 하자 남편은 완강히 거부하는 것이었어요.
"진통제 같으면 안 먹겠다. 진통제는 치료제가 아니고 통증만 완화시키는 것이고 우리 어머니도, 형도 암으로 죽었는데 처음에는 약 기운이 들더니 나중에는 한 주먹을 먹어도 그대로 아프더라. 진통제 안 먹고 견딜래. 진통제 먹게 되면 진통제에 의지하다가 의사가 말한 대로 2-3개월밖에 못 살지 몰라. 하지만 진통제 안 먹고 견디면 병이 지긋지긋해서 도망을 가든지 아니면 기적이 일어날 거야." 말한 대로 남편은 안 먹고 견디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말기 암 환자가 진통제를 안 먹고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는데, 낮에는 소음에 묻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조용한 밤이 되면 남편의 아프다는 소리는 온 동네를 뒤 흔들었습니다. 남편만 소리를 지른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따라서 울었고 저도 같이 소리 지르면서 살려달라고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그 때 저희들이 연립 주택에 살았기 때문에 벽을 사이에 두고 사는 이웃들이 날마다 날마다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우리를 더 이상 두고 보기 힘들었던지 아침에 저희를 찾아 왔어요. "아저씨가 저렇게 아픈데 병원에 왜 안 데려 가는 겁니까?" "이제는 병원에서 더 이상 안 받아 줍니다." "그러면 주사라도 맞든지, 약이라도 먹이든지 해야지 저렇게 보고만 있어도 됩니까?" "진통제 먹으면 빨리 죽는다고 해서 참고 견디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동네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차면서 "딱하기도 하지만 아저씨 아프다는 소리 때문에 우리가 밤에 잠을 못 자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고3인데 공부를 못하겠다고 합니다."
예수 안 믿는 이웃들도 평소에 남편을 많이 존경했어요. 점잖고 착한 사람이라고 늘 존경했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아프다고 울고 불고 소리를 질렀더니 동네 사람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뭔가 대책을 세워 달라 고 한 것이어요. 우리 아픈 고통은 둘째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니까 더 서러웠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낮에는 진통제 안 먹더라도 밤에만이라도 진통제를 먹고 견뎌보자고 했으나 남편은 "진통제를 한 번 입대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하는데 진통제의 유혹을 자꾸 하지 마. 내가 지금 너보다 더 먹고 싶어. 그런데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난 계속 진통제 먹게 되"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예요? 또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면 동네 사람들이 잠도 못 잔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거예요?"
그 날밤부터 남편은 그 아프다는 신음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게 하지 않기 위해서 작은 손수건을 똘똘 말아서 스스로 자기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그리고는 담요를 덮어쓰고, 그 위에 다시 이불을 덮어쓰고는 제게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시키는 데로 했습니다.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아무 소리도 안 들리기에 어떻게 하는가 싶어서 문 틈 새로 들여다봤습니다. 그런데 방안에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이불 뭉치만 방안을 뒹굴고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면 남편이 죽었을 때도, 남편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지금도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어가는 모습을 아무 대책 없이, 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그냥 그대로 뜬 눈으로 보아야 했던 그 때였습니다. 남편이 얼마나 아파했는지 모릅니다. 직장암이 그렇게 무서운지 몰랐습니다. 남편은 그 몸을 해 가지고 교회 공예배에 참석하였습니다. 죽기 6개월 전까지 성가대도 앉았어요. 그리고 그 몸으로 농협 대학 학장님에게 세배를 하러 간 것입니다. 그 설날 저희 남편은 피투성이가 되서, 온 바지를 피로 벌겋게 물들이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도 9개월을 버티다가 갔습니다.
그 기간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모릅니다. 의사가 말하던 2-3개월이 지났지만 죽지도 않았고,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6개월이 지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프다는 소리를, 귀를 막지 않고서는 들을 수가 없었고, 아프다고 뒹구는 소리를, 눈을 뜨고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 앞에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정말 남편을 사랑하는지요, 난 모르겠습니다. 내가 남편을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저렇게 아파하는데 이렇게 가만히 보고만 있어서 되겠습니까? 남편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남편을 사랑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남편은 잠을 못 자는 데 저는 잠을 잡니다. 남편은 먹지 못하는데 저는 목구멍에 밥이 넘어갑니다. 이러고서도 남편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저는 하나님 앞에 이렇게 애원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정말 아내이고 제가 정말 남편을 사랑한다면 남편이 저토록 아파하는데 저 아픔을 나누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 통증을 저에게 옮겨 주십시오. 제가 대신 아프겠습니다. 하루 종일이 안 된다면 단 한 시간만이라도 내가 저 통증을 가지고 아파하고 남편이 편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아프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어쩌다가 배가 아파오면 드디어 내 기도가 응답되었는가 싶어 남편에게 가서 "당신 아픈게 줄어들지?"라고 하면 여전히 아프다고 했습니다. 대신 아프게 해달라고 그렇게 기도했지만 그 기도도 응답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살얼음을 딛듯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에게는 그 하루가 일 년보다 길었습니다.
'이러다가 창자가 터지는 것이 아닌가? 이러다가 창자가 썩는 것이 아닌가? 암이 어디, 머리 쪽으로 퍼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가슴을 저리면서 '하나님 기적이 빨리 일어나야 됩니다.'라며 기적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해가 바뀌었습니다. 해가 바뀐 어느 날 저희 남편이 화장실에서 소리를 질렀어요. 저는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는가 보다 싶어서 뛰어 가보았더니 우리가 기다리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창자가 터져 버렸는지 소변 나오는 곳에서 대변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창자가 터졌다고 생각하니까 대신 아프게 해달라는 한가한 기도를 할 수가 없었어요.
"하나님, 우리는 지금까지 기적을 기다렸는데, 이 고통 가운데서도 기적을 기다리면서 고통을 참았는데, 그만 창자가 터져버린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나님, 남편 데려가시기로 작정하셨습니까? 이제는 데려가실 것입니까? 그렇다면 하나님, 목숨 바꿔 주십시오. 제가 대신 죽겠습니다. 남편 살려주시면 농협에서도 필요한 일꾼이고, 교회에서도 필요한 일꾼이고, 선교사로도 갈 수 있는 사람 아닙니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엄마보다는 아빠가 낫습니다.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저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사람입니다. 남편은 신앙생활 열심히 했는데 저는 사사건건 방해만 했습니다. 내가 대신 죽으면 안 되겠습니까? 하나님, 남편 살려 주시고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목숨 좀 바꿔 주십시오."
저는 너무 너무 급해서 목숨 바꿔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언젠가 우이동에 있는 영락기도원에 가서 울고 불고 기도를 했는데 어떤 권사님이 다가왔습니다.
"젊은 여자가 왜 그렇게 울고 야단이야?" "남편이 죽어가고 있어요." "그러면 저기 산꼭대기에 가면 절벽 바위가 있는데 오늘 밤, 그 바위 끝에 앉아서 죽기를 각오하고 기도를 해 봐. 거기서 기도하다가 졸다가 떨어지면 죽으니까 '죽으면 죽으리라' 각오를 하고 기도하면 응답이 빨리 올거야."
그래서 저는 그 날 밤에 그 권사님이 일러 준 산꼭대기 바위로 찾아갔습니다. 그 바위의 끝에 앉아서 밑을 봤더니 정말 기도하다가 졸면 떨어져 죽을 것 같더군요. 저는 차라리 기도하다가 정말 떨어져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그토록,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주님, 직접 만나서 '내가 먼저 왔으니까 남편 살려주십시오' 부탁이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위 끝에 앉아서 죽기를 각오하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오늘밤에 남편 몸에 기적이 일어나든지, 아니면 제가 여기서 얼어 죽든지, 떨어져 죽든지, 하나님 목숨 좀 바꿔 주십시오. 남편에게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저는 오늘 여기서 죽을 거예요."
오기를 부리면서 기도했습니다. 그 날 밤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머리, 어깨위로 눈이 하염없이 쌓여 갔지만 내 마음속에 남편이 나았다는 믿음의 확신이 오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많이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뒤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하나님께서 드디어 천사라도 보내셔서 응답하시려는가 보다'고 좋아서 뒤를 돌아보았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희 남편이 그 미끄러운 산을 기어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곁으로 와서 내 몸의 눈을 털어내며 "왜, 대신 죽겠다고 기도해? 왜 죽여달라고 기도해? 니가 죽고, 내가 살면 무슨 소용이 있어?"라고 화를 냈어요. 저도 고집을 피웠습니다. "피가 말라서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요. 내 오늘 밤에 끝장을 내야 해요. 난 더 이상 당신 아프다는 것 못 보겠어요. 오늘 밤에 당신 몸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난 오늘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요"라며 먼저 내려가라고 했습니다. 저희 남편은 '그렇다면 나도 오늘 밤 여기서 같이 기도해야지...'
그런데 여러분 직장암 환자가 차가운 바위 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조금 기도하다가 아프다고 몸을 비비 꼬기 시작하는데요. 제가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남편 손을 붙들고 산을 내려오면서 저는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하나님 도대체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대신 아프게 해 달라고 기도해도 아프지도 않고, 대신 죽게 해 달라고 기도도 못하고, 이제 나 더러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왜 대신 죽을 수도 왜 대신 아플 수도 없습니까?' 저는 대신 죽지 못하는 것이 너무 너무 억울하다면서 하나님 앞에 원망을 했습니다. 그렇게 원망하다가 저는 마음속에서 이런 음성을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아, 네가 네 남편을 위해서 죽고 싶으냐, 내가 이미 너희들을 대신해서 죽었단다.' 그러면서 저의 마음속에 이런 깨달음이 계속되었습니다. 나같이 못나고, 나같이 악한 여자도 사랑하는 남편을 대신해서 죽고 싶다면, 대신해서 아프고 싶다면 사랑의 본체이신 내 아버지, 내 하나님께서도 나를 대신해서 돌아가실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십자가에서 나를 대신해서, 그 아픔의 고통을 참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깨달았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 많이 했어요. 이웃들에게도, 교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 사랑해, 사랑해, 입 발린 소리로 사랑한다는 말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사랑한다는 것은 그렇게 입발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은 기쁠 때도 즐거울 때도 사랑하는 것이고, 슬프고 고통스러울 때도 사랑하는 것이고, 진실로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목숨마저도 대신 내 준다는 사실을 저는 그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님께서 나를 진실로 사랑하셔서 십자가에서 대신 그 아픈 고통을 당하셨고 목숨마저도 대신 했다는 사실을 저는 그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서 남편 병이 나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점점 더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도를 바꾸었습니다. 대신 아프게 해 달라. 대신 죽게 해 달라는 기도 대신 남편의 통증을 잠시나마 멈출 수 있는 지혜를 제게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때 어렸을 적에 배가 아프다고 하면 할머니께서 배를 쓰다듬어 주시면 배가 덜 아파지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남편보고 어디가 제일 아프냐고 하니까 엉덩이 꼬리뼈래요. 아프기 시작하면 망치로 때리는 것처럼 아파서 아무리 소리를 안 지르려고 해도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터져 나온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부터 전에는 그 아픈 곳에 손을 얹고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함이 없느니라.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낫게 하느니라면서 기도했지만 이제는 아예 아픈 곳에 손을 얹고 맷돌을 돌리듯이 있는 힘을 다해서 빨리 빨리 속도를 가하면서 부벼댔습니다.
그렇게 빨리빨리 속도를 가해서 힘을 줘서 돌렸더니 피부와 피부가 마찰이 일어나면서 불이 일어나는 것처럼 뜨거워지니까 감각이 얼얼해졌던지 남편이 아프다는 소리를 멈추고 잠이 들었어요. '바로 이거구나' 싶어서 계속해서 아픈 곳을 그렇게 주물렀습니다. 그런데 내 팔에 힘이 떨어지니까. 또 다시 남편이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요. 그래서 저는 무릎을 꿇고 아픈 팔을 붙들고 "하나님 모세의 팔이 내려왔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말렉에게 지지 않았습니까? 내 팔에 힘이 떨어지면 남편이 또다시 아파합니다." 팔에 힘을 달라고 기도하면서, 아픈 곳을 주무르면서 저는 언제나 눈을 창가에 두었습니다. 캄캄한 밤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아침이 오면 뭔가 기적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에 매일 밤, 매일 밤, 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언제쯤 저 캄캄한 밤이 지나갈까. 언제쯤 눈부신 아침이 돌아올까.' 그러면서 늘 아침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침이 밝아왔고 아침에 일어난 남편은 미안했던지 화를 내면서 밤새도록 미련하게 그러고 있었냐며 "내가 아프더라도 자든지 하지, 팔 안 아퍼?"라며 걱정했지만 저는 그 때는 팔이 아프다는 것보다는 아픈 남편을 위해 뭔가 해 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기뻤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제가 남편을 대신해서 아프게 해 달라, 남편을 대신해서 죽게 해 달라, 팔 아픈 것도 모르고 밤새도록 남편의 아픈 곳을 주물렀다고 해서 저를 열녀로 생각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 전도사는 참으로 사랑이 많은 전도사였구나' 그렇게 생각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고백하겠습니다. 저의 사랑은 간사스러웠고, 불완전했고, 변덕스러웠고, 짧았습니다. 대신 아프게 해 달라, 대신 죽게 해달라던 그 입술을 가지고 저는 또 다른 말을 했던 것입니다. '하나님 빨리 데려가 주십시오. 더 이상 지겨워서 못 보겠습니다.' 그리고는 당사자인 남편에게도 "빨리 죽으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뭘 더 기다려, 창자가 터졌는데 뭘 더 기다려. 더 고생하지 말고, 진통제 먹고 빨리 죽자. 하나님 없다. 하나님 없다. 하나님 있으면 우리가 고통스러워 하는데 왜 보고만 계셔? 기적이 일어날 것 같았으면 진작에 일어났을 거야." 이렇게 하나님 찾지 말고 진통제 먹고 빨리 죽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저희 남편이 "왜, 하나님이 없다고 해? 나는 날마다 하나님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데 왜 하나님이 없다고 해?"라고 반문했습니다.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환난 가운데 고통을 겪으면서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저희 남편보고 빨리 죽어 달라는 소리를 했고요. 그리고 남편을 정죄도 많이 했어요. 이 기도원, 저 기도원 다니면서 믿음으로 병 나았다고 하는 사람들 만나고 집에 오면 더욱 심하게 굴었어요.
"당신은 왜 안 나아? 그렇게 열심히 교회 다니더니 믿음도 없었어? 겨자씨 만한 믿음만 있었어도 나았을 거 아냐, 왜 남들은 믿음으로 낫는 데 당신은 못 나아?"
그러면서 병 낫지 않는 것을 믿음 없는 탓으로 몰아 세우고, 당신이 나 몰래 하나님 앞에 큰 죄를 지었을 거라고, 그런 큰 죄를 짓지 않고서는 그런 벌을 받을 수 없다고, 왜 죽지도 않고 그 고통을 당하느냐며 빨리 하나님 앞에 회개하라고 했던 적도 있어요, 그래서 병든 남편을 일으켜 세워서 무릎을 꿇린 다음 '하나님 제가 지금까지 회개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기억하지 못하는 죄가 있습니까? 그러면 좀 기억나게 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울면서 두 손들고 회개한다고 기도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남편이 죄를 많이 지어서 벌을 받아 그런 고통을 당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를 잘못 믿고 죄가 많아서 벌을 받아야 한다면 사실 그런 고생을 해야 할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늘 남편의 신앙생활을 방해했던 저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사랑하는 남편이 그렇게 고통을 당했던 것은 이 부족한 아내를 하나님이 바로 세우기 위해서, 그리고 이 아내를 병원 전도사로 세우기 위해서 환자로서 보여 줄 수 있었던 그 많은 고통을 남편을 통해 4년 동안 저에게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이 부족한 사람이 그나마 병원에서 환자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그래도 남편의 아파했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환자들을 이해하기 쉬운 것입니다. 그렇게 아팠는데도 저는 늘 남편에게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 원망하지마. 왜 하나님 원망해? 왜 없다고 그래? 나는 하나님, 날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데...." "당신이 보는 하나님, 나도 좀 봅시다. 나도 좀 만져보자고요" 그랬더니 남편은 날마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교인들을 통해서, 위로하는 믿음의 형제, 자매들을 통해서 하나님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내인 저의 사랑은 변덕스럽고 불완전했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온전하셨고 변함이 없었습니다. 제 부족한 사랑을 하나님이 메꿔주시기 위해서, 내 원망이 목구멍을 치밀어 올라올 때 쯤이면 어김없이 믿음의 형제. 자매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저희 남편이 다녔던 농협 직원들, 우리가 다녔던 은광교회 교인들, 그리고 평소에 친분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던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여기 저기서 얼마나 많은 격려 편지를 보내 주고 기도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 주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티끌만큼 해도 태산만큼 갚아주시고, 우리가 태산만큼 잘못해도 아무 것도 흔적도 없이 지워 주시는 하나님의 그런 사랑인 것을 남편이 아플 때 깨달았습니다. 평소에 조금했던 선행이 고난 가운데서 크게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그분들에게 아무 것도 해 주지 않았는데, 아낌없이 주는 그들의 사랑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은 조건 없이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인들이 암에 좋다는 약이면 중국에까지 가서 구해왔습니다. 암환자가 먹지를 못한다고 하니까 집집마다 특식을 해서 날마다 우리 집에는 냄비가 줄을 이었습니다. 암에 좋다는 약이면 백만 원하는 약도 아까워하지 않고 사왔습니다. 어디 시골에서 누가 암으로 나았다고 하면 우리 교인들은 직장에 이틀씩 휴가계를 내고 약을 구하러 시골까지 내려갔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교인들이 우리를 위해 밤을 세워 기도했고 얼마나 많은 교인들이 우리 때문에 금식을 했는지 모릅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권사님들은 아예 보따리를 싸가지고 교회에 와서 살았습니다. 교회 기도실에서 날마다 날마다 기도하다가 우리가 위독하다고 하면 한 버스를 타고 병원에 오십니다. 앉을 자리들이 없으니까 아예 병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시기를 "하나님, 늙은 우리 몽땅 데려가시고 젊은 종 하나만 살려주십시오"라고 하셨어요. 일개 서리 집사 하나를 보고 우리 교회 권사님들은 늙은 우리 몽땅 데려가고 이 젊은 종 하나만 살려주면 된다고 기도했던 것입니다. 남편이 가고 난 뒤에도 우리 권사님들은 늘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가, 절망하지 마라. 내가 너를 위해 시간을 정해놓고 매일 세 번식 기도하고 있단다" 어떤 권사님은 당신이 돌아가시면서도 저 보고 "내 죽으면 천국에서도 너를 위해서 기도할꺼야. 너는 분명히 훌륭한 주의 종이 될거야"라고 격려하셨습니다. 제가 훌륭한 주의 종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이나마도 전도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분들의 기도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어느 때 여러분의 이웃을 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실로 이웃의 영혼을 사랑하십니까? 내 이웃이 병들어서 고통을 당하는데 내 이웃이 병들었는데, 내 이웃이 실패를 했는데도 찾아가지 않는 우리가 어떻게 이웃을 사랑한다고, 그 영혼을 전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병든 사람들은 전도하기 쉽습니다. 여러분의 이웃에 병든 자가 있는지 관심 가지고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목포에서 올라온 젊은 여자가 자궁암이라면서 자기는 평소에 예수 안 믿는데 자궁암에 걸려 가지고 병실에 누워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눈물이 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까 부럽고 청소하는 아저씨도 부럽고 이제 죽어야 되겠구나. 생각하니까 내 영혼이 죽은 후에는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까 스스로 뭔가 종교를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누가 자기에게 말 한마디만 해 주면 어디든지 불교든, 기독교든 따라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냥 누워서 가만히 있었데요. 그런데 어떤 젊은 여자 분이 지나가면서 들어오더니 "예수 믿으세요"라는 말을 해 주는 바람에 마음을 열게 되었어요.
정한이 엄마라구요. 아이가 일종의 혈액암에 걸려 있는데 그 집사님이 제 책을 갖고 다니면서 병원에 전도를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병실문이 열렸는데 지나가다 무심코 보니 혼자 앉아 있는 여자 모습이 그렇게 불쌍하게 보일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들어가서는 "나는 교회 다니는 사람인데 당신 교회다닙니까?" 이렇게 물었는데 안 다닌다고 하는 여자분에게 전도를 해가지고요. 오늘 데리고 왔더라구요.
여러분 병든 자들은 마음이 열려 있습니다. 전도하기 가장 쉽습니다. 주위에 병든 자가 있는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총동원 전도 주일날 누구를 데려갈까 고민하지 마시고 평소에 이웃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관심 가지시기 바랍니다. 관심은 바로 사랑 아닙니까? 진실로 이웃을 사랑한다면 이웃이 힘든 일이 있는지 제발 좀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우리가 믿는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입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웃에 고통을 당할 때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이웃에 관심을 가지면 전도하기 쉬운지 아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간증하는 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500명, 1000명 전도했다고 간증하러 다니고요. 열심히 기도했더니 나았다고, 열심히 기도했더니 축복 받았다고 그런 간증하러 다니는데 저의 간증은 온통 부끄러운 고백밖에 없습니다. 신앙생활 잘못했던 것, 기도했지만 죽었다는 것, 그리고 남편의 아팠던 그 기억을 되살리는 그런 간증입니다. '하나님, 이런 간증 언제쯤 안 할 그런 날이 올까요.' 그러나 저는 이 간증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아직도 제가 믿음이 부족하고, 아직도 하나님 앞에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에 날마다 날마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지난날의 내 자신을 돌아보고 결단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간증을 합니다.
간증하면서 저는 늘 하나님 앞에 이런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이렇게 힘든 간증하는 대신 저도 하나님 앞에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간증을 통하여 우리 환자들을 교인들에게 좀 이해시키고 부탁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여러분 저는 특별히 병원에서 장애자를 돌보는 전도사인데요. 병원에서 전도사는 산파와 같습니다. 2-3개월 정도 환자에게 예수 믿으라 하고요, 위로해 줬다가 그들이 퇴원하게 되면 그들을 양육하실 수 있는 분들은 여러분들입니다. 그런데 환자들이 병원에 있을 때는 너도 환자, 나도 환자, 시설도 좋고 사랑할 만합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서 얼마 안 가면 여기 저기서 하소연이 들려 옵니다.
"전도사님, 자살하고 싶어요.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지옥인데 자살해서 지옥가는 거랑 뭐가 다릅니까? 지옥가도 좋으니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전도사님 교회도 못 다니지 않습니까? 누가 우리를 찾아 주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나마 있던 알량한 믿음, 퇴원한 후 다 까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죽고 싶다고 전화를 하는 겁니다.
여러분 동사무소에 가시면 장애인들은 장애자 수첩을 발급받기 위해서 동사무소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중풍환자들도 2급 장애인들이예요. 이 교회에 가장 가까운 장애인 가정 한 사람만 찾아내 주십시오. 그리고는 여러분이 먼저 그 가정을 찾아가 주십시오. 그들이 예수를 믿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도와주십시오. 만약 그들이 병원을 가야 한다는데 차가 없다면 교회 차로 이따금 도와주십시오.
환자들이 외래 치료를 와야 하는데 택시가 서지 않아서 치료시간을 넘기고 들어오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따금 가족들이 외출을 하고 싶어한다면 시간이 있고 여유있는 여집사님들, 하루쯤 가서 보호자 노릇 해 주십시오. 배고프다고 하면 먹을 것을 주십시오. 내가 일어서고 걸을 수 있는 것. 내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못 가진 자와 나누라고 하나님께서 주신 것 아닙니까? 예수 믿는다는 우리도 나눠 주지 못하는데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이 대신 해주기를 바라시겠습니까? 믿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눌 수 있겠습니까?
부탁합니다. 여러분 한 가정만 돌아봐 주십시오. 그러면 한국에 있는 장애인들은 한국교회가 책임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교회가 왜 그렇게 많으냐"며 항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톨릭이 하는 꽃동네로 우리 환자들을 자꾸 보내니까요, 언젠가 수녀님이 사회 사업실에 전화해서 막 화를 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은 개신교 병원 아닙니까? 개신교는 우리보다 숫자도 많고 교인도, 교회도 많은데 왜 환자들 갈데가 없다고 자꾸만 꽃동네로 보냅니까? 개신 교회는 도대체 뭐하는 것입니까?"
우리 개신교도 연합해서 하는 일이 많지만 가톨릭은 큰 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한국에 버려진 거지들을 우리는 먹여 살리고 있다는 거예요. 자기들은 한달에 천원이상 돈 내고, 일년에 하루 이상 몸으로 봉사하면서 한국에 버려진 거지들 먹여 살리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한국에 개신 교회는 많고 교인은 많은데 뭘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도 연합해서 하는 게 많지만 저는 모릅니다. 일반 목회자도 아니고 한국교회가 어떻게 나아갈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병원 전도사로서, 장애인을 돌보는 전도사로서,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교회가 한 장애자 가정만 찾아내서 그들이 예수 믿고 싶다고 하면 구역별로 돌아가서 예배를 좀 드려 주십시오. 오기 싫다고 하면 그들이 휠체어를 타고 여러분과 함께 예배 드릴 수 있도록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나라 장애인들은 한국교회가 책임지고 있다고 그들도 뿌듯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높이 봐줄 것입니다. 예수 안 믿는 사람들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을 보여 주십시오. 그러면 내가 예수를 믿겠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하나님을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희 남편은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믿음의 형제 자매들의 사랑을 통해서 하나님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졌습니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었으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느니라."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우리가 이웃을 사랑한다면 믿지 않는 그들이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날 줄 믿습니다. 특별히 여러 교회가 그 일을 감당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은 늘 눈부시다, 나침반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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