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포리일기 51】나도 인정받고 싶은 것이 있다
남자인 저는 운전할 때 길눈이 밝은 것도 아닌데 목적지를 잘 찾아갑니다. 그리고 한 번 가 본 길은 잊어먹지 않습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자인 아내는 운전할 때 날마다 다니는 길도 마치 처음 가는 길인 것처럼 길눈이 어두워서 옆에 있는 사람 복장 터지게 합니다. 그냥 안 된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남자와 여자 의 고유한 특성일 수도 있고 각 사람마다의 특징일 수 있습니다.
저는 정말로! 진실로! 참으로! しん-じつ! verity!! 밥통 뚜껑을 여는 것이 무섭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는 증명이 되지 않는 미스테리가 많쟎아요. 그래서 밥통 뚜껑을 여느니 차라리 라면을 끓여먹고 맙니다.
“그게 뭐가 어려워요?” 우리 집에 있는 세 여자들은 밥통뚜껑 여는 게 뭐가 어렵냐고 하지만, 그대들은 여자들이니까 안 어렵지...
장모님 집에 다녀온 날 아내가 ‘너무 잘 먹고 와서 오늘 저녁은 나는 안 먹을테니 각자 해결!’ 하고는 누워버립니다. 눈앞이 캄캄!!
저녁이 되어 뭔가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안절부절 왔다갔다하다가 결국 혼자 쓸쓸히 라면을... 그리고 집에 여자들이 셋이나 되는데 유일한 남자 밥하나 못 챙기느냐고 막 짜증을 냈습니다.
여자들은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인 줄 알아요? 남자가 왜 밥통 뚜껑하나 못 여느냐”고 막 대들고... 깨갱 ~ 그런데 진짜 그게 안돼... ᅲᅲ 난 밥통 뚜껑 여는 게 뻥! 터질 것 같아 무서워. 옛날 윤봉길 의사도 폭탄이 든 밥통을 어디에 집어 던졌다지... 아... 밥통이 아니고 도시락통인가? 암튼 조만간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한번 받아보려고 합니다. 내가 왜 밥통 뚜껑을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그때까지는 나도 ‘밥통뚜껑 못 여는 환자’로 인정받고 싶당께... 진심으로 에구... 詩나 쓰면서 참자.
여자와 남자
여자는
보살펴주고, 귀여워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주고, 안아주고, 예뻐해주고, 얘기를 들어주고, 속은척 해주고, 모른척 해주고 눈감아주고, 이해해주고, 뽀뽀해주고, 만져주고, 쓰다듬어주고, 함께외출해주고, 선물사주고, 업어주고, 섬겨주고, 봉사해주고, 얼러주고, 웃어주고, 울어주고, 빗어주고, 놀래주고, 감탄해주고, 칭찬해주고, 붙어있어주고, 드라이브시켜주고, 목마태워주고, 발라주고, 채워주고, 메워주고, 홀려주고, 구해주고, 올려주고, 심부름해주고, 적셔주고, 말려주고, 닦아주고, 약속해주고, 지켜주고, 흔들어주고, 막아주고, 자랑해주고, 가슴설레게해주고, 인정해주고, 알려주고, 전화해주고, 편지써주고, 비행기태워주고, 산책해주고, 안마해주고, 주물러주고, 쉬게해주고, 옷입혀주고, 벗겨주고, 등밀어주고, 수다떨어주고, 수다들어주고, 흥분시켜주고, 안정시켜주고, 애태워주고, 녹여주고, 접어주고, 펴주고, 시켜주고, 시키는대로해주고, 환심을 사주고, 편들어줘도
여전히 불만이 가득하여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
남자는
하루 세끼 꼬박꼬박
밥만 잘 챙겨 주면
알아서
잘 큰다 2006.8.14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