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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81】우체국과 한바탕
이웃들과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어울려 오순도순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 그런데 어느 지역에 가면 그 지역에 흐르는 독특한 분위기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잠시 머물고 있는 이곳은 순박한 농사꾼들이 모여 사는 전형적인 시골이었는데, 나라에서 ‘행정복합도시’를 만든다고 하여 전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 중의 한곳입니다. (충남 연기군 금남면) 주변에 온통 부동산공인중개사와 다방과 pc방만 가득하고 투기꾼들이 얼마나 들쑤셔놨는지 술렁술렁. 그래서 그런지 면사무소에 가도, 우체국에 가도, 농협에 가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좋게 표현해서)사무적인지...
문서사역의 특성상 우체국에 매일 가는데, 도무지 우체국 사람들이랑 친해지지가 않네요. 사람들이 얼마나 불친절하고 묵둑둑한지 사람 만나는거 좋아하는 아내가 우체국에 가는 것을 저에게 미룰 정도입니다.
벌써 몇 달째 매일 우체국에 갔는데도 커피한잔 대접하는 것도 없고, 그렇게 자주 가면 도대체 뭘 하는 곳이기에 우편물이 많은지 궁금해서 물어볼 법도한데 그런 붙임성도 없고... 아내 말로는 사람들이 돈맛을 봐서 그런다네요. 돈을 많이 버니까 우리 같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고... 에구... 사람이 돈과 상관없이 언제나 변함이 없어야 하는디.
오늘도 제가 우체국에 막 들어서니 어쩐지 분위기가 살벌했습니다. 건설청 우편담당 직원이 ‘여기는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 며 한바탕 해대고서 내일부터는 남면우체국으로 가겠다고 하며 열받아가지고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불만이 있는 사람은 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지역 분위기를 탓해야 하나요? 좋은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오늘은 좀 우울한 이야기네요. 2006.9.19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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