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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목회

주광 목사............... 조회 수 1719 추천 수 0 2011.02.06 09:47:09
.........
중학교 다닐 때는 자전거를 타고 놀러 다녔고
집사 시절에는 자전거를 타고 새벽기도 다녔고
지금은 목사로 자전거를 타고 목회를 한다.

다들 자동차로 많이 타고 빨리가는 목회를 하는데
우리 교회 승합차는 주인을 잘 만나서 맨날 편히 쉬는지
아니면 주인 잘못 만나서 되게 답답한지 못르겠다.
하여튼 운전을 못하니 차는 모셔 놓고,
자전거를 타고 느림보 목회를 한다.

주보를 20여 페이지 만들어 멀리 있는 성도들에게는
화요일에 우편으로 발송하고
목요일쯤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까이 사는
성도집은 찾아 다니며 주보를 돌린다.
주보를 다 돌리는데는 세시간 정도 걸리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일명 자전거 목회라고 불러본다.

스피드 시대, 사회가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시대에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모든 성공의 열쇠인데
자전거 목회는 한심한 목회다. 느림보 목회다.

나는 빨리, 많이 하는 목회는 못한다.
출신부터 느린 곳에서 태어났다.
성격도 빨리 빨리 하지 못하고 느려 터지다.

나는 빨리 하는 것은 영 못한다.
그래서 찬송을 하는데도 한 박자 느리다나,
식사도 언제나 느리다. 나보다 느리게 먹는 사람이 없다.
무슨 소식이든지 내가 알면 모든 사람이 다 아는 것이다.

그런데, 느림보 목회, 자전거 목회를 자랑해야지.
자전거는 참 좋다. 편하다, 쉽다, 자유롭다.
자동차는 천만원은 줘야 사는데
자전거는 십만원이면 된다.
내가 타는 자전거는 내가 돈 주고 산 것도 아니고
아들이 산 것인데 내가 살짝 살짝 타는 것이다.

자전거는 면허도 없고, 세금도 없다. 돈들어갈 것이 없다.
자전거는 주정차 위반도 없고, 차선 위반도 없고,
속도, 신호 위반도 없고, 하여튼 위반이라는 것이 없다.
가다가 속도를 내도 되고 천천히 가도 되고,
바로 서도 되고, 뒤로 확 돌려도 된다.
아는 사람 만나면 얘기 보따리를 풀어도 괜찮다.

교통 체증이 일절 없다. 러쉬아워도 없다.
넓은 길도 가고 좁은 길도 가고 못가는 곳이 없다.
사고 날 일도 거의 없고 그래 보험들 걱정도 없다.

나는 자전거 목회가 즐겁다.
나는 자전거 목회를 하련다.


(200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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