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네이버 포토
【용포리일기 102】달팽이와 거북이
비오는 날 쓰러진 나무등 위로 더듬이(사실은 눈)를 흔들면서 달팽이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달려갑니다.
그림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 같으나 자세히 보면 조금씩 움직이고 달팽이가 지나간 뒤로 길게 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보면서 시간과 시간의 속도를 묵상합니다.
달팽이에게는 달팽이의 시간이 있고 달팽이의 속도가 있습니다.
저 달팽이는 지금 전 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달팽이 세계에서는 저 정도의 속력도 무지 빠를 것 같습니다.
언젠가 동물원에서 거북이를 봤는데 고거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더라구요. 누가 거북이는 느리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달팽이는 달팽이의 속도와 시간으로 달려가고
거북이는 거북이의 속도와 시간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사람은 사람의 속도와 시간으로 달려갈까요?
광주까지 4시간 걸렸네, 서울까지 3시간 걸렸네... 하고 말하는 것은 자동차의 시간이지 사람의 시간이 아닙니다. 미국까지 몇 시간이 걸렸네, 일본까지는 몇 시간이면 가네... 하는 것은 비행기의 시간이지 사람의 시간이 아닙니다.
다른 피조물들은 모두 자기들만의 시간과 속도로 살아가는데 인간들만 유별나게 기계의 시간과 속도에 맞춰서 무지 빠르게 달려아가네요. 그것도 모자라서 비닐하우스를 치고 밤에 불을 켜서 채소나 닭이나 동물들을 인간의 속도에 강제적으로 맞추는 일까지도 서슴치 않네요. 채소나 동물들이 얼마나 괴로울까요?
단순하고 느렸던 인간들의 속도를 되찾아 그 속도의 리듬대로 천천히 살고 싶습니다. 2006.10.18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