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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206】라면의 힘
뭐니뭐니해도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라면'입니다.
알콜이나 마약보다도 더 중독성이 강한 것이 라면중독입니다.
라면이 땡길 때... 라면의 면발이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하면... 아흐~
그걸 참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난 절대 못참아!
라면의 무서움은 이게 꼭 자정이 넘어서면 갑자기 생각이 난다는 것입니다. 살금살금 부엌으로 숨어 들어가 찬장을 열어보고 씽크대, 냉장고, 밥통뚜껑까지 다 뒤져도 라면 한 개가 안 나올 때의 그 절망감, 허탈, 공허함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그냥 눈 딱 감고 마누라 옆에 얌전히 누우면 좋으련만... 어느 때는 결국에 못 참고 24시간 편의점에 달려가 컵라면 한 개 뚝딱 해치우고 와서는 시치미를 뚝 떼기도 합니다.
이렇듯 내가 라면중독에 빠진 것은, 아마도 내 생애에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에 나의 주린 배를 단돈 몇 백원으로 채워주었던 그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아... 이 밤에 라면이 먹고 싶다... 참자 참아야 한다... 그래도 먹고 싶다... 참자... 마누라의 얼굴을 떠올리며 무조건 참자... 아아 꺄아아아악
2007.3.19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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